3월 중동항로에는 5월 첫째 주에 시작될 라마단을 앞두고 물량이 밀려나왔다. 지난해 말 선복 과잉으로 중동 노선 통합과 선복 축소를 단행한 선사들은 이젠 선복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이달 중순에 이미 다음달 첫 주 항차의 선적 예약까지 거의 채웠다”고 밝혔다.
운임은 올해 초부터 급격히 올라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중국 상하이발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향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61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첫주 운임인 721달러보다 100달러 이상 하락했지만, 지난 2016년부터 3년 내내 이 항로의 3월 운임이 300~400달러대에 그쳤던 걸 고려하면 고운임인 셈이다.
선사들이 밝힌 한국발 제벨알리향 운임은 400달러대 후반에서 500달러대로, 지난달보다 운임이 소폭 상승한 걸로 파악됐다. 인도 등 서남아시아향 운임은 350~500달러를 형성했다. 중동항로에 주력하는 일부 선사들은 다음달 100~200달러의 GRI(운임인상) 시행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도항로 또한 최소 50~100달러의 운임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 노선에 주력하는 선사는 “이달 이미 두 차례 GRI를 시행해 운임이 100달러 이상 올랐다”며 “다음달 시황에 따라 운임을 추가로 인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동항로의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100%를 기록했다. 이슬람교의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올해는 5월 첫 주부터 시작돼 3월부터 밀어내기 물량이 증가했다고 선사 관계자들은 밝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선사들은 라마단이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짐작해왔다.
지난해 이 기간은 중동항로 시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지난 연말에 선복을 워낙 줄여 라마단과 관계 없이 물량이 넘치는 건 당연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전체 물동량을 놓고 보면 전년보다 늘진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이란 제재 여파로 물량이 급감해 올해 타 선사에 선복을 내주고 자체 할당량을 많이 줄였는데, 예상과 달리 연초부터 물량이 몰려 선복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도향 물량 역시 오는 6월 몬순 기간을 앞두고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이달에 할당된 선복을 거의 채웠다고 선사들은 밝혔다.
라마단 물량은 다음달 초까진 밀려들 것으로 선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4월까지 현재의 선복 부족 현상은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다. 대량 화물이나 장기 계약화주보다는 단기의 고운임 화주 유치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선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편, 다음달 오션얼라이언스의 아시아-중동 노선 ‘MEA5’의 선대 확장이 실제 진행될 경우 운임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은 2만TEU급 초대형 선박을 투입하는 대신 현재 운영 노선 5개 중 1개를 없애기로 해 전체 선복량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박 대형화로 할당된 선복이 크게 늘어난 만큼 한 번에 더욱 많은 물량을 끌어와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초대형 선박에 할당될 물량을 채우기 위해 중국으로 환적화물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 한국발 환적화물을 저가로 유치하면 시황이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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