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추락하는 해운업계의 선박 운항 스케줄 준수율을 두고 화주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해운업계는 기상악화 항만혼잡 등 불가항력적인 요소로 스케줄을 지키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맞받아쳤다.
미국 해운전문지 JOC(저널오브커머스)가 개최한 TPM콘퍼런스에서 대형 실화주(BCO)를 중심으로 한 화주단체들은 선사들의 운항정시성이 기준점보다 훨씬 못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운분석기관 카고스마트와 시인텔리전스컨설팅에 따르면 아시아-북미항로 취항 선사들의 1월 스케줄정시성은 4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미중무역분쟁 여파로 25%의 고율관세를 회피하려는 수출화주들이 연말까지 화물을 대거 밀어내면서 북미서안남부(PSW) 일대 항만들은 큰 혼잡에 시달렸다. 선사들은 제 날짜에 미국에 도착했지만 항만적체와 내륙운송 지연으로 부두접안이 늦어져 현지 유통업자와 실랑이를 벌였다.
한 화주는 “선사들의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화주들은 납기를 고려해 프레이트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사들과 직계약으로 화물을 싣던 방식에서 탈피해 중간단계에 포워더를 껴넣어 선사들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선사들로선 실화주와 직접 계약할 때 보다 수수료로 마진을 내는 포워더와 계약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판알피나 페데르 윈더 글로벌해상부문장은 화주들의 입장에 편승해 포워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윈더 부문장은 “(화주들은) 각종 분쟁이나 기상악화 등 다양한 문제를 대응하기 어렵다. 포워더는 세계무역을 수월하게 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최종 소비자를 위해 더 열심히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자료:저널오브커머스, 시인텔리전스마리타임애널리시스 |
항만혼잡·기상악화가 더 큰 문제
해운업계를 대표해 패널로 참석한 일본 선사 ONE의 제러미 닉슨 최고경영자(CEO)는 “해운업계는 이미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 평균수준인 65~70%의 정시성을 유지하고 있다. 100%를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닉슨 대표는 스케줄 지연의 대부분이 부두 인근 연안에서 발생하는 점을 들어 정시성 부진이 선사만의 귀책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닉슨 대표는 “정시성을 높이기 위해선 육상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터미널과 항만의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항만지연이 있을 때 연쇄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기상악화에 따른 지연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닉슨 대표는 “지난해 아시아에서 18번 태풍이 발생했다. 상하이항은 다섯 달 중 한 달꼴로 폐쇄됐다. 스케줄을 구상할 때 더 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시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닉슨 대표는 AI(인공지능)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선사는 기상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데이터분석기법을 도입했다. ONE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가격정책과 의사소통을 모두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반대로 AI가 도입되지 않은 육상운송시장은 혼잡이 상당하다. 닉슨 대표는 “세계적으로 선사들은 트럭운송에 문제점이 있다. 향후 트럭시장에 AI를 도입하면 큰 가치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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