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국해운재건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걸까? 통계만 놓고 보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지배선대 순위는 1년 새 두 계단 상승하면서 세계 5위권에 재진입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우리나라는 지배상선대 1억100만t(재화중량톤)을 보유, 그리스 중국 일본 싱가포르에 이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배상선대는 선사들이 운항 중인 현존선과 짓고 있는 신조선 발주잔량을 모두 합한 수치로, 우리나라는 1년 전의 9156만t에 견줘 10.3% 성장하며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세계 5위 해운국의 지위를 탈환했다.
2015년까지 세계 5위를 유지하던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해운불황의 여파로 이듬해 6위로 떨어졌으며 한진해운 파산과 함께 2017년엔 7위로 내려앉았었다.
고무적인 건 사상 처음으로 지배선대 톤수가 1억t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상선대는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년 만에 8500만t에서 1억t으로 상승했다. 세계 10대 해운국 중 순위 상승을 이룬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증가율도 노르웨이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지난해 우리나라 선사 중 현대상선과 장금상선 대한해운 에이치라인해운 팬오션 화이브오션 등이 선박 신조 발주 또는 중고선 도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척에 이르는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가 우리나라의 해운력 강화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10대해운국 중 순위상승 유일
그리스는 3% 늘어난 3억8800만t으로 1위를 견고히 지켰다. 중국이 6% 증가한 2억9200만t으로 2위를 수성했지만 그리스와의 격차는 여전히 1억t 가까이 난다. 3위 일본은 1년 전과 같은 2억5000만t에 머물렀다. 그 결과 지난해 2800만t이었던 중국과의 선박량 차이는 4300만t으로 벌어졌다. 싱가포르는 9% 늘어난 1억2400만t으로 4위를 유지했다.
우리나라 밑으로는 독일과 미국 노르웨이 대만 덴마크가 위치했다. 2017년까지 세계 4위 해운국이었던 독일은 컨테이너선단 중심의 KG선박펀드가 몰락하면서 지난해 싱가프로에 역전 당한 뒤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도 추월을 허용하는 부진을 보여줬다. 2년 전 1억1300만t에 이르던 선박량은 9000만t대로 뒷걸음질 쳤다.
선종별로 보면 우리나라는 벌크선과 LNG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일반화물선을 포함한 우리나라 벌크선대는 5870만t으로, 그리스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 중이다. 599만CBM(㎥)의 LNG선단 역시 빅4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유조선은 7위, 컨테이너선은 8위에 불과하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급감했던 컨테이너선대가 지난해 56만TEU에서 올해 100만TEU대로 성장하며 1계단 순위 상승을 달성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국가별 주력 선종을 보면, 그리스는 벌크선과 탱크선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고 일본은 LNG선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컨테이너선 보유량 1위는 380만TEU의 독일이었다. 독일에 40만TEU 뒤진 중국이 컨테이너선 부문 2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두 국가 모두 지난해에 견줘 40만~50만TEU 가량 선복 감소를 보였다. 컨테이너선 강호들이 시장 불황으로 심각한 부진한 모습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지난해 컨테이너선 부문 5위였던 덴마크는 3%의 성장률로 후진한 그리스와 일본을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섰다.
선대가치 30조 고지 넘어서
지배선대 가치를 기준으로 한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한 계단 뛰어올랐다. 우리나라의 지배선대 가격은 300억달러(약 33조8400억원)로, 314억달러의 독일에 이어 8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영국에 40억달러 가량 뒤졌던 우리나라는 50억달러 이상 선가 성장을 일구며 올해는 10억달러 차이로 영국을 역전했다.
선종별로 컨테이너선의 도약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의 컨테이너선대 가치는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선박을 포함해 143% 늘어난 56억달러(6조3800억원)에 이른다. 벌크선은 13% 늘어난 107억달러, 탱크선은 18% 늘어난 88억달러를 기록, 상승세를 띠었다. 반면 LNG선과 LPG선 가치는 각각 17% 1%씩 하락했다.
1052억달러의 그리스와 947억달러의 일본, 908억달러의 중국이 각각 1~3위에 포진했다. 3위 중국도 우리나라를 70조원 가량 앞서는 막대한 선대를 자랑할 만큼 빅3의 선대가치는 그야말로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그리스가 톤수와 선가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선박량에서 3위였던 일본은 선대가치에선 중국을 4조원 이상 앞섰다.
이 밖에 선박량에서 8위를 기록한 노르웨이가 선가에선 한 계단 오른 5위를 차지했다. 탱크선과 LNG선 등 부가가치선종의 투자가 선가 순위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미국은 선박량 감소를 배경으로 선가 순위는 지난해 4위에서 6위로 두 계단 떨어졌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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