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개각이 임박한 가운데 해양수산부 장관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연승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 우예종 전 부산항만공사 사장, 문성혁 세계해사대학 교수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교수 출신 3명과 공무원 출신 1명이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해양대 출신 교수 2명이 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선장 출신의 해상법 전문가인 김인현 교수는 현재 가장 강력한 후보로 평가된다. 1959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그는 영해고등학교와 한국해양대학교 항해과(34기)를 졸업했다. 일본 산코기센에서 선장으로 근무하다 선박 침몰사고를 겪으면서 법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고려대에서 법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고 교수가 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해운산업과 국제 해상거래 분야의 해박한 지식과 한국해법학회 회장, 선박건조금융법연구회 회장, 서울해사중재협회 설립추진위원장 등을 지내면서 형성한 다방면의 현장 인맥은 강점이다.
특히 국내외 학술지에 130여편의 논문을 투고하는 등 교수 출신 후보들 중 가장 왕성한 학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 해운 역사의 최대 비극이라 할 수 있는 <세월>호와 한진해운 사태 당시 활발한 칼럼 저술로 선박 안전과 해운 재건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지난해부터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언론에 어선 안전 등의 기고문을 게재하는 등 기존 전문분야인 해운뿐 아니라 수산 분야로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
이연승 이사장은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울산여고와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했다. 모교인 부산대에서 조선해양공학 석사,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교통기계시스템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국내 1호 여성 조선공학 박사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대우조선해양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대학으로 건너가 한국과학기술원과 홍익대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지난 2017년 12월 말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 취임 후 해양교통안전공단 설립을 주도하며 해사업계에 뚜렷한 인식을 심어줬다.
이 이사장이 발탁될 경우 윤진숙 전 장관에 이어 두 번째 여성 해수부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다.
우예종 전 부산항만공사 사장(왼쪽)과 문성혁 교수 |
우예종 전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후보들 중 유일한 해수부 공무원 출신이다. 1959년 천안 출생으로, 천안고와 단국대를 졸업하고 영국 카디프대학원에서 국제물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행시 29회로, 해수부 동북아물류중심추진기획단 부단장, 해운정책관, 해양정책국장,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항만공사 사장으로 근무하며 부두 간 환적수송시스템(ITT) 구축, 부산신항 근해선사 전용부두 개장, 영도 봉래동 예·부선 물양장 정비 등의 성과를 냈다.
오랜 해수부 공무원 생활로 해양수산 분야 현안에 밝은 데다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김인현 교수의 대학 1년 선배인 문성혁 교수는 과거 잠깐 하마평에 올랐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인물로, 뒤늦게 다시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서울 대신고와 한국해양대 항해과(33기)를 졸업했다. 한국해양대와 영국 카디프대학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았다.
대학 졸업 후 모교에서 줄곧 후배들을 가르쳐오다 2008년 스웨덴 말뫼에 있는 세계해사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해양대 졸업 후 8개월간 현대상선에서 일등항해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세계해사대를 거쳐간 전 세계 해운해사업계의 풍부한 인맥이 그의 경쟁력이다. 외국과의 협상에서 이들 네트워크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오랜 해외 근무로 세계 금융위기와 한진해운 사태, 해운재건사업 등 한국 해운의 격변기를 몸소 겪지 못한 데다 현장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건 약점으로 지적된다.
청와대는 8일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통일부 문화체육관공부 등 7곳 정도 부처의 장관을 교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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