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해운물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 세계 해양을 누비는 컨테이너 선사들은 벙커유를 연소하는 데서 발생하는 황산화물 배출량을 0.5% 미만으로 맞춰야 한다. 대부분의 선사들이 규제 대응책으로 저유황유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유황유에 대한 수요 폭증이 유류비 인상으로 이어져 화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는 독일계 글로벌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 DHL글로벌포워딩 도미니크 본 오렐리 해상부문 최고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상운송을 이용하는 화주들이 저유황유의 가격 인상에 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렐리 최고담당자는 인터뷰에서 “선사들이 고비용에 직면할 때 공급망 이해관계자들에게 명확한 가격구조를 제공해야 한다”며 “화주들은 가격책정이 좀 더 명확해지길 바라고 있다. IMO 규제가 아직 시행되지 않아 가격(유류비)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오렐리 최고담당자는 저유황유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최근 선사들이 공급망 이해관계자들에게 유류비 인상에 대한 부담을 나누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전했다. 그는 선사들이 신규 부대운임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포워더들에게 높은 유류비용을 해상운임과 일괄(올인레이트) 청구하려는 점에서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IMO 규제가 본격화되면 추가비용이 부과될 거다. 아직 정확한 비용을 알 수 없고 측정하기도 매우 어렵지만 엄청난 비용증가가 예상된다”며 “선사들이 올 3분기께 추가비용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HL은 현재 해상포워딩 요율에 저유황유 관련 추가비용을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유황유 규모를 수량화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현재 비용을 계산할 수 없어 장기 운임을 내놓을 수도 없고 내놓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저유황유 비용이 첨예한 문제로 부상하면서 선·화주 간 아시아-북미항로의 연간 운송계약(SC)이 큰 마찰을 빚을 거란 우려도 표했다. 그는 화주들의 반응이 달갑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저유황유 비용을 포함하려는 선사들의 운송계약 체결이 쉽지 않을 거로 내다봤다. 화주들은 새로운 연료가 상용화되고, 비용증가가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가격인상에 저항할 거란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 선사들이 내놓은 유가연동형 유류비 부과 모델인 ‘플로팅 BAF’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유가에 따라 유류비가 책정되는 만큼 선사와 화주 모두에게 가장 공정한 가격구조라는 평가다. 오렐리 최고담당자는 “플로팅 BAF가 엄격하지만, 시장이 받아들여야 한다. 장기계약 건은 점차 별도 부대운임으로 분리될 것이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