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항로는 오랜만에 약세 시황에서 탈피한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선사들은 연말부터 운임인상(GRI)을 시행하면서 근심을 덜었다. 이란 제재로 줄어든 화물에 맞춰 선사들이 선대 공급을 대폭 줄인 게 이번 호조세의 배경으로 꼽혔다.
운임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행 운임은 지난해 11월 20피트 컨테이너(TEU)당 500달러 초반대에 머물러 있었지만, 12월 21일 597달러로 한 차례 뛰어올랐다. 이어 같은 달 28일은 668달러, 올해 1월 4일과 11일에는 각각 789달러 814달러를 기록하며 3주만에 217달러나 올랐다.
한국발 운임도 유사한 양상을 띠었다. 지난해 연말까지 TEU당 200~300달러대에 머무르던 운임은 최소 100달러 이상씩 상승했다. 일부 선사들은 이달 초 혹은 중순 이후부터 최대 200달러의 GRI를 시행했다. 이번에 시행하지 못한 선사들도 2월 초 운임인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100%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선사들은 선복이 부족해 일부 화물을 대거 이월시키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이미 다음달 중순에 예정된 선복을 채우고 있을 정도”라며 선복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선사관계자들은 선복이 다 채워지는 데는 2월 초 중국 춘절 연휴 전 물량 밀어내기가 발생한 원인도 있지만, 선복량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고 봤다.
지난해 12월에 CMA-CGM 코스코 에버그린 OOCL로 구성된 오션얼라이언스의 중동 서비스인 ‘WA3’와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하파크로이트 양밍으로 구성된 디(THE)얼라이언스의 ‘AGX’가 통합했기 때문이다. 통합은 기존 WA3 노선에 부산항을 기항지로 추가하고 AGX를 없애는 형태로 이뤄졌으며, 기존 2개 노선 대비 약 30~40%의 선복을 감축시켰다. 이와 더불어 일부 선사들은 기존 한국발 화물에 할당된 선복을 중국 쪽으로 넘겼다고 밝혔다.
선사들은 춘절 연휴 이후 예상되는 물량 부족을 방어하기 위해 2월 1~2주차 선박을 잇따라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시결항에 힘입어 2월까지는 선복을 다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선사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노선 통합을 통한 공급 최소화로 바닥시황을 탈출한 중동항로 선사들은 현재의 노선 체계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이란제재가 가동된 후 줄어든 물량은 제재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월에서 6월까지 이어지는 라마단 기간에 대비한 물량 특수에 대해서는 예측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보통은 3월부터 물량이 서서히 증가해야 하지만, 지난해에도 비수기, 성수기라 할 것 없이 평탄하게 지나갔다. 올해도 별다른 물량 급증이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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