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동항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불황에 미국의 이란 제재까지 더해져 암흑기에 빠졌다. 특히 이란 제재는 중동항로에 ‘악재’로 작용했다. 연초 중동항로 선사들은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과 운임인상(GRI)을 시도하며 지난해 11월부터 지속된 저운임 기조를 어느 정도 회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SSE)가 밝힌 중국 상하이발 페르시아만·홍해항로 운임은 지난 1월 20피트컨테이너(TEU)당 450달러를 기록했으며 2월에는 중국 춘절효과로 6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선사들은 1~2월처럼만 물량확보가 된다면 운임 상승세도 5~6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3월에는 선사들이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운임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디(THE)얼라이언스와 완하이라인이 홍해서비스를 새로 투입했고, OOCL, 골드스타라인도 중동행 서비스를 신설했다. 2분기에는 ‘이란 제재’가 본격적으로 화두에 올랐다. 5월 미국 정부는 이란 핵 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동시에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은 제재 대상 화물의 선적 예약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다만, 6월에는 제재 전 밀어내기 효과로 선사들은 때 아닌 호황을 맛봤다. SSE가 발표한 상하이발 페르시안걸프·홍해항로 운임은 500달러대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한국 선사들도 연달아 운임 회복에 나섰다. 현대상선이 한국발 이란 반다르아바스행 컨테이너 화물에 TEU당 400달러 규모의 GRI를 실시했으며 에미레이트쉬핑도 TEU당 200달러의 운임회복을 실시했다.
하지만, 선사들의 이란 기항이 전격 중단된 하반기 이후에 운임은 다시 주저앉았다. SSE가 발표한 8월 중국발 중동행 운임은 300달러선까지 하락했으며, 부산발 운임 또한 250~300달러선으로 무너진 뒤 연말까지 유지됐다.
하반기 중동항로는 이란제재 여파로 전체 중동행 화물의 40% 이상을 차지했던 이란행 화물이 사라지면서 극심한 물량 부족에 시달렸다. 선사들은 7월부터 공식적으로 이란 기항을 중단했다. 기존에 이란을 기항하던 선사들은 이라크 오만 쿠웨이트 등으로 대체 기항지를 찾아나섰다.
선사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이란 외 지역의 화물 유치에 총력을 가하면서 중동항로 화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8월부터 각 선사들은 물량 부족에 대응해 연이어 임시결항을 시행했다. 그런데도 소석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0월 중동항로 선사들의 소석률은 평균 60%대를 유지했다. 11월부터는 중동 서비스에 강세를 보이는 선사들과 그 외 선사들의 표정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중동 서비스에 주력하는 선사들의 경우 70~80%의 소석률을 기록하면서 물량 수급이 다소 원활해졌지만, 그 외 선사들은 여전히 물량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상황을 개선하고자 디얼라이언스와 오션얼라이언스는 12월부터 노선 통합을 단행, 선복 감축에 나서면서 운임회복을 노렸으나, 운임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선복을 줄여도 중동항로에서 비중이 큰 선사들의 선복량이 변함 없는 데다가 절대적인 물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 효과가 미미하다”며 “운임 회복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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