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이 물동량 증가로 외형은 확대했지만 유가상승으로 수익성은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독일 하파크로이트를 제외한 모든 선사들의 이익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선사들은 선복 감축과 유류할증료 도입 등을 통해 수익개선에 나섰지만 화주들의 반발과 초대형선 인도에 따른 선복량 증가에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중동·유럽·중남미 등의 노선에서 운임이 크게 하락한 점도 선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CMA CGM·짐라인 영업益 두자릿수 하락
정기선업계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은 올해 3분기 컨테이너 수송량 증가로 외형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이 해운사의 3분기 매출액은 73억2100만달러(약 8조1200억원)를 기록, 전년 대비 32% 성장한 실적을 발표했다.
하파크로이트는 전 세계 컨테이너선사 중 유일하게 외형과 내실을 키웠다. 하파크로이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2억5200만달러(약 2800억원)로 전년과 비교해 26%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1억3700만달러(약 1500억원)로 지난해 3분기 5300만달러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실적을 신고했다. 매출액은 35억4200만달러(약 3조9300억원)로 전년 동기 32억6800만달러와 비교해 8.3% 증가했다.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은 암울한 3분기를 보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65% 86%의 영업이익 감소를 맛본 이 선사는 3분기에도 수익성 후퇴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억4100만달러(약 2700억원) 1억310만달러(약 1140억원)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57.5% 68.1% 급감한 실적을 거뒀다.
컨테이너 수송량 증가에 힘입어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유가상승으로 비용이 급등하면서 순이익은 3분의 1토막 났다. 매출액은 전년 57억달러와 비교해 6.3% 성장한 60억6000만달러(약 6조7200억원)를 거뒀다.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라인도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운임하락과 유가·용선료 상승 등이 영업실적을 악화시킨 배경으로 꼽힌다. 짐라인의 3분기 영업이익은 1610만달러(약 180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5380만달러에서 70% 급감했다. 순이익 역시 1년 전 2520만달러와 견줘 -660만달러(약 -73억원)를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2.9% 증가한 8억4070만달러(약 9300억원)를 기록했다.
아시아계 선사들 매출↑ 영업익·순익 ↓
아시아계 선사들도 수익 악화에 신음했다. 매출은 일제히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에버그린은 3분기에 영업이익 9억9900만대만달러(약 360억원), 순이익 2억5100만대만달러(약 91억원)를 냈다. 영업이익은 67%, 순이익은 94% 급감하며 수익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449억대만달러(약 1조6200억원)로 집계됐다.
양밍해운은 올해 3분기에만 9억대만달러가 넘는 순손실을 냈다. 운영비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게 적자 성적의 배경이다. 유가상승 및 환율변동으로 3분기까지 운영비 지출은 40억대만달러로 전년 대비 28.4%나 증가한 게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양밍은 3분기 영업이익 -6억6000만대만달러(약 -240억원) 순이익 -9억1000만대만달러(약 -330억원)를 각각 냈다. 지난해의 15억대만달러 12억6400만대만달러에서 각각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8.2% 증가한 387억대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거뒀다.
일본 3대선사 컨테이너선사업 통합회사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올 상반기(4~9월) 순이익 적자를 냈다. 일본 통합 회사는 올해 상반기 50억3000만달러(약 5조5800억원)의 매출액을 신고했다. 당기순이익은 -3억1000만달러(약 -3400억원)를 냈다. 지난 4월 출범 이후 나타난 운영 혼란과 유가상승 등으로 기대치를 밑돈 실적을 신고했다는 게 선사 측의 설명이다.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은 양밍해운과 더불어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신고했다. 올해 3분기 현대상선의 영업이익은 -1231억원으로 전년 동기 -295억원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순이익 역시 -166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603억원 대비 적자가 지속됐다. 다만 매출액은 1조4258억원으로 전년 3분기 실적인 1조2956억원에 비해 10% 성장했다.
3분기 중동·중남미노선 운임 곤두박질
올해 3분기 북미항로는 원양선사들로부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노선이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운임이 고공행진하며 선사들의 영업실적 개선에 힘을 실어줬다. 7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500달러대에 머물렀던 북미 서안운임은 8월 20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9월 2300달러까지 치솟았다.
동안 운임 역시 7월 2600달러대에서 9월 3300달러대로 상승했다. 하지만 미주를 제외한 구주·중동·아프리카노선에서의 운임 하락과 연료비 상승은 선사들의 이익 개선에 찬물을 끼얹었다. 유럽항로는 7월 TEU당 800달러대에서 8월 900달러대까지 운임이 올랐지만 9월 초대형선 인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탓에 7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9월 신조선 인도 규모는 10만TEU에 육박했다. 선박 대형화로 수급 불균형이 초래되면서 연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저운임 기조가 선사들의 발목을 잡았다. 중동항로 운임 역시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7월 TEU당 400달러대였던 운임은 8월 300달러대로 곤두박질 쳤다.
전년 7월에 800달러대 수준을 보였던 운임이 반토막 났다. 남미항로 운임도 7월 1700달러대에서 9월 1000달러대를 밑돌며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운임이 급락하며 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선사들은 수송량 증가로 매출을 늘린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올해 3분기 머스크라인의 컨테이너 수송량은 전년 대비 26.7% 증가한 333만4000FEU를 기록했다. 동서항로에서 전년 대비 14.2% 증가한 107만9000FEU를, 남북항로에서 23.9% 늘어난 159만5000FEU를 수송했다.
CMA CGM이 3분기 동안 처리한 20피트 컨테이너도 506만개로 전년 동기 498만개 대비 5.5% 증가했다. 태평양 인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의 노선을 중심으로 수송량을 늘린 결과, 500만TEU를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ONE 역시 올해 1회계분기(4~6월) 아시아에서 북미로 53만TEU의 컨테이너를 수송한데 이어 2회계분기(7~9월)에 76만1000TEU의 물동량을 실어날랐다. 아시아-유럽항로 1~2분기 물동량은 각각 19만4000TEU 26만3000TEU로 집계됐다. 1분기 73%였던 소석률은 2분기 90%로 치솟았다.
현대상선의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한 118만1981TEU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 우려에 따른 물동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소석률이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p) 상승한 79%를 기록했다. 하파크로이트가 3분기에 수송한 화물은 305만2000개로 전년 동기 280만8000개 대비 9% 증가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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