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권 컨테이너선사들의 해운시장 장악력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테이너시장에서 유일하게 300만TEU 이상의 선복량을 보유하고 있는 머스크라인과 MSC, 가장 빠른 속도로 선대를 키워나가고 있는 코스코 등 세 선사의 선복량을 모두 합치면 1000만TEU를 웃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시장에서 절반에 육박하는 44.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톱 5(머스크라인 MSC 코스코 CMA-CGM 하파크로이트)’의 점유율은 연초 61.4%에서 11월28일 현재 63.6%로 2.2%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상위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 증가도 눈길을 끈다. 초대형선 인도가 올해도 이뤄진 까닭에 선사들은 지배선대 규모와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수 있었다. 코스코의 OOCL 인수와 더불어 일본 3대 선사의 컨테이너사업 부문 합병 등은 글로벌 상위 해운사들의 몸집을 키워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1월28일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 선사들의 보유 선복량은 2269만3200TEU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2155만9000TEU 대비 5.2% 증가한 수치다.
20대 컨테이너 선사들의 보유 선복량(용선 포함)은 2019만5900TEU(점유율 89%)로 집계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900만TEU를 밑돌았던 상위 20대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은 11월 동안 100만TEU 이상 늘어나며 2000만TEU를 돌파했다. 점유율 역시 88.2%에서 89%로 0.8%p 상승하며 9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빠른속도로 선복늘린 코스코 ‘300만TEU 눈앞’
올해 컨테이너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선복을 늘린 선사는 중국 코스코였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라인을 제외한 10대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은 연초 대비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코는 OOCL 인수로 약 100만TEU 폭증한 280만TEU의 선복량을 기록, CMA-CGM을 밀어내고 세계 3위로 도약했다. 유럽 선사들이 주도했던 ‘글로벌 톱 3’ 자리를 코스코가 꿰찬 것이다.
코스코에 합병된 OOCL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70만TEU에 육박한 선복량을 차지하며 8위에 오른 바 있다. 올해 1월 OOCL은 과거에 발주한 2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총 6척 시리즈의 마지막 선박을 삼성중공업으로부터 건네받았다. 코스코는 과거에 발주한 20만TEU 규모의 신조선을 인도받으면 머스크 MSC에 이어 300만TEU 선사로 도약하게 된다. 향후 현대상선이 40만TEU의 신조선을 인도받아 80만TEU를 웃도는 선대를 꾸린다 해도 3배 이상의 차이로 앞서게 된다.
머스크라인의 선복량은 405만7900TEU로 연초 대비 선대 규모가 17만TEU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400만TEU를 웃도는 선대를 운용 중이다.
2위 MSC는 330만3700TEU 규모의 선대를 꾸리고 있다. 머스크와 격차를 줄이고 있는 MSC는 30만TEU를 웃도는 발주잔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세계 1위 선사를 추격하기엔 버거워 보인다.
두 자릿수대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CMA-CGM도 외형확대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브라질 역내선사 메르코수르라인을 인수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선 CMA-CGM은 1월 대비 17만TEU 이상 증가한 269만2600TEU의 선복량을 기록하며 세계 4위에 자리하고 있다.
세계 5위 독일 하파크로이트의 선복량은 100만TEU대를 기록 중이다. 300만TEU를 향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3~4위 선사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선사의 선복량은 161만3600TEU로 4위 CMA-CGM과 약 100만TEU 차이가 난다. 10대 선사 중에서 유일하게 발주잔량이 없다는 게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최근 하파크로이트는 중기 경영계획을 통해 외형 확대보다는 서비스 품질개선과 비용·운임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3대 선사 컨테이너선사업 통합회사인 ONE은 152만5600TEU로 세계 6위에 자리하고 있다. 연초 MOL NYK 케이라인이 리스트에 순위를 올렸지만 지난 4월 컨테이너선 사업 통합으로 모습을 감췄다.
UASC를 인수한 하파크로이트와 일본 통합 선사에 밀려 7위를 기록 중인 에버그린은 대만선사 중 가장 먼저 선복량 100만TEU 시대를 열었다. 현재 자사선 116척(58만2500TEU)과 용선 86척(59만8300TEU)을 포함해 총 202척의 선대를 거느리고 있는 에버그린은 118만4000TEU의 선복량을 기록 중이다.
발주잔량은 전 세계 컨테이너선사 중에서 가장 많은 48만4000TEU를 기록, 발주잔량이 전무한 하파크로이트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에버그린이 신조선을 인도받으면 하파크로이트와 ONE을 밀어내고 세계 5위로 재도약하게 된다.
8위 선사인 대만 양밍해운은 100만TEU를 밑도는 선복량을 기록 중이다. 20만TEU의 발주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복량 격차가 상당해 7위 도약은 어려워 보인다.
흥아해운 뺀 국적컨선사 선복량 일제히 증가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선사는 희비가 엇갈렸다. PIL은 연초 대비 선복량이 4만TEU 증가했지만, 짐라인은 뒷걸음질 쳤다. 가파른 순위 상승을 보인 선사는 이리슬그룹으로 선복량이 9만6000TEU에서 15만4400TEU로 크게 늘어났다.
올해 6월 21년 만에 ‘톱 10’에 진입한 현대상선은 42만5900TEU의 선복량을 기록, 10위에 자리하고 있다. 연초 대비 10만TEU 가까이 늘어났음에도 여전히 상위권 선사들과의 선복량 격차가 크다. 1위 선사 머스크와는 거의 10배, 중국 일본 대표 선사와는 각각 235만TEU 109만TEU 가량 차이가 난다. 향후 신조선 인도로 40만TEU를 늘리면 양밍해운과 선대 규모가 대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을 제외한 나머지 국적선사들의 선복량은 일제히 상승했다. 고려해운은 12만8500TEU→13만5000TEU, SM상선은 5만4300TEU→7만5900TEU, 장금상선은 4만8400TEU→5만6300TEU로 각각 선대 규모를 확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순위는 고려해운이 연초 대비 한 계단 상승한 16위, SM상선 장금상선이 여섯 계단 뛰어오른 20위 24위를 각각 꿰찼다. 반면 흥아해운은 선복량이 4만8500TEU→3만5000TEU로 감소하며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전 세계 컨테이너시장에서 선복량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선 인도는 2020년께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1만8000TEU급 이상의 초대형선 인도 규모는 올해 16만1700TEU에서 내년엔 두 배인 33만5300TEU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엔 전년 대비 두 배 가량인 100만TEU가 해운시장에 공급돼 선사들의 화물집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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