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해양진흥공사가 내년에 국적선사가 선박과 컨테이너장비를 도입하는 데 약 2조8000억원을 지원한다. 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대응해 1%대의 금리로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와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MS) 설치 비용을 보조하는 한편 노후선을 최신형 친환경 고효율 선박으로 교체하는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2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0월27일부터 11월9일까지 일주일간 신용등급 BB인 선사 6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부 지원 수요 조사에서 선박 확보 50척, 선박 매각 후 재용선(S&LB) 20척 등이 신청됐다. 거래 금액으로 따지면 총 3조5636억원 규모다.
지난 5월 조사에 비해 선사는 7곳, 선박은 16척 늘어났다. 신청금액은 선박 수가 늘어난 데다 지난 조사에서 빠져 있던 컨테이너 장비 수요가 포함되면서 2조1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선박 가격 90%까지 지원
선박 확보 수요는 22개사 50척으로 조사됐다. 2조4397억원 규모다. 지난 조사에 견줘 선사 수는 4곳, 선박 숫자는 14척 늘었고 금액은 1조2000억원 이상 상승했다. 한 선사당 희망하는 지원 규모가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신조는 선사 14곳에서 37척 2조1505억원을 신청했다. 선종별로 보면 컨테이너선 6척, 벌크선 21척, 탱크선 8척, 다목적선 2척이다. 중고선 도입은 8개사에서 13척 2892억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크선 6척, 탱크선 6척, 다목적선 1척 등이다. 중고선 도입 계획에 컨테이너선은 1척도 포함되지 않았다.
S&LB 수요는 11개사에서 20척을 접수했다. 선가는 총 4511억원이다. 지난 조사와 비교해 선사 수는 같지만 선박 수는 2척, 금액은 2200억원 증가했다. 유동성난을 겪는 선사들이 자금 조달 방식으로 이 같은 지원책을 쓰게 된다. 컨테이너선 1척, 벌크선 8척, 탱크선 6척, 기타선박 5척 등의 분포를 보였다.
처음으로 조사한 컨테이너박스 수요는 6728억원이었다. 개당 가격을 2000달러로 계산할 경우 약 29만TEU 안팎의 컨테이너 매입 수요가 접수된 것으로 추단된다.
정부는 선박금융 지원은 선가의 70~90%를 은행과 해진공에서 선순위와 후순위 투자 형태로 부담하고 나머지를 선사에서 내는 식으로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선사 부담비율을 20%로 가정하면 선박 신조 수요 2조1505억원 중 4301억원을 선사가 내고 나머지 1조7204억원을 정부에서 지원하게 된다.
컨테이너박스 금융은 선사 자담 비율을 일괄적으로 30%로 정했다. 수요 금액 6728억원이 모두 거래로 이어질 경우 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액은 470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해수부와 해진공은 접수된 수요를 대상으로 선박 운용계획, 화물 운송계약 등이 포함된 사업계획서를 제출 받아 세부 검토한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해수부 측은 지원이 결정된 수요는 선사와 긴밀히 협의해 희망하는 시점에 신속하게 지원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친환경 설치 수요 4000억 접수
정부는 이와 별도로 환경 규제에 대응해 중소선사의 스크러버와 평형수처리장치 설치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해진공에서 친환경 설비 설치비용의 80%를 보증 방식으로 저리 대출하고 대출 이자의 10%를 해수부에서 보전하는 지원책이 추진된다. 정부는 현재 대출 은행 선발 절차를 진행 중으로, 은행 측은 해진공 보증을 대가로 0.9%대의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의 보증요율 1%를 더할 경우 1.9%대의 이자율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난 5월 선주협회에서 내년 친환경 설비 설치 수요를 조사한 결과 평형수처리장치 74척, 스크러버 61척이 접수됐다. 설치 비용은 총 4000억원 규모다. 정부의 지원 계획이 확정될 경우 선사들은 4000억원 중 20%인 800억원만 스스로 내고 나머지는 금융권의 지원을 받아 평형수처리장치와 스크러버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현대상선의 스크러버 설치는 상생펀드 조성 방식으로 지원한다. 선사 30%, 수혜 당사자인 화주와 스크러버생산업체 선박유류공급업체 35%, 공사 35%의 비율로 2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25척의 선박에 설치되는 스크러버 비용을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선사는 600억원만 부담하면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현대상선은 파나시아 현대글로벌서비스 디섹 등 국내 3대 스크러버제조기업으로부터 관련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내년에도 친환경선박 신조 지원금(폐선보조금) 85억원을 예산에 편성해 5척의 노후선을 최신형 선박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두 차례의 폐선보조금 사업을 벌여 8개선사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지난 4월 43억원의 예산 규모로 진행한 1차사업에선 장금상선과 현대상선, 지난 6월 252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해 벌인 2차사업에선 남성해운 등 6곳이 각각 수혜기업으로 뽑혔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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