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 재건과 일자리 안정화를 위해 노사정이 지혜를 모은다. 대통령직속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 새문안로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해운산업위원회 발족회의를 열었다. 해운산업위원회는 전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식 출범 직후 산업별 분과위원회로는 처음으로 닻을 올렸다.
지난 4월 2차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해운분과 구성에 공감한 뒤 전국해상선원노조연맹이 ‘국적선사 적취율 확대를 통한 해운산업 재건 추진’과 ‘신규 선박 도입으로 고용 확대 및 선원 정규직화 추진’을 위해 위원회 구성을 적극 요청했다. 경사노위는 이후 3차례 준비위원회를 갖고 22일 열린 본위원회에서 해운분과의 발족을 최종 의결했다.
해운산업위원회는 한종길 위원장(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과 노동계와 사용자 각각 1명, 정부 측 2명, 공익위원 5명으로 구성됐다. 노동계와 사용자 측에서 이유승 선원노련 해운정책본부장과 조봉기 선주협회 상무, 정부 측에서 서진희 해양수산부 선원정책과장과 윤성혁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이 참여했다.
공익위원엔 이윤철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과학부 교수, 황진회 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장,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창영 항공대 겸임교수, 성우린 청년해운조선물류인 모임 대표, 손영우 경사노위 전문위원이 포함됐다.
위원회는 현재 정부가 재계와 함께 추진하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일자리 창출과 안정화로 귀결될 수 있도록 노사정 차원에서 노력할 예정이다. 특히 ▲국적선대 물동량 확보 ▲신규 선박 건조비용 부담 완화 등의 정책과 고용 연계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노사정이 중심이 돼 운영하는 해운산업 일자리 기금 조성 방안도 다룬다.
논의 기간은 이날부터 내년 11월22일까지 1년으로 필요 시 1년 이내 범위에서 연장된다.
이날 행사에서 한종길 위원장은 “세계적인 해운불황과 한진해운 도산으로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어 한국해운의 미래인 청년해기사가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나빠진 일자리조차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위원회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해운산업 재건 5개년 계획을 성공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대통령이 경사노위가 자문기구지만 의결기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기서 의결하면 정부가 시행하는 걸 약속했다”고 전하고 “해운산업위원회가 해운뿐 아니라 조선산업 등 연결되는 산업과 소통해서 일자리문제를 풀어가면서 전략물자나 금융지원문제를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태길 선원노련 위원장은 “한진해운 파산, 팬오션 법정관리 현대상선 유동성 위기 등 해운위기로 선원도 실직 감봉 고용불안 등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선원대책 없는 해운재건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만큼 노사가 상생하는 해운재건정책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은 “한국해운은 경제발전으로 선박이 늘고 고용이 늘어야 하는데 해양대 정원을 늘렸음에도 한진해운 사태로 선박 100여척이 사라졌고 선원 1000여명, 육상직 1000여명이 실직 또는 이직했다”며 “우리나라 수출입물동량 10억t 컨테이너화물 1600만TEU의 국적선 적취율을 높인다면 한국인 해기사 2000명을 쓸 수 있고 많은 선박을 국내에 발주해 연관산업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기두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한진해운사태를 보면서 산업의 위기가 일자리 위기로 연결되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해양대 나와서 취업해야하고 해사고 학생들이 진학해야 하는데 진학부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을 강구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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