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 취항선사들이 국내 주요 대형 화주와 내년도 운임 계약에 본격 돌입했다. 선사들은 화주들로부터 운항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류비 확보에 골몰한 모습이다.
올해 국제유가가 대폭 치솟으면서 선사들의 채산성이 꽤 악화된 게 배경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연초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지난달 연중 최고치인 84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60달러대로 급락했다.
최근까지 고유가에 시달린 해운업계는 급변하는 국제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유가를 연동한 새로운 개념의 유류할증료 ‘플로팅 FAF’의 도입을 기획하고 있다. 주요 국적선사들은 올해까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50달러의 비용보전할증료(CRC)를 받고, 내년 1월부터 플로팅 FAF로 대체할 계획이다. 고려해운 장금상선 남성해운 천경해운은 유가범위별 요율을 공표했고, 현대상선과 흥아해운은 다음 달 최종 요율을 공지할 예정이다.
선사들은 분기 단위로 평균 유가를 재책정해 다음 분기 유류할증료에 적용하겠다고 밝혔으며, 내년 1분기 요율은 대부분 지난 9~11월의 평균 유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를 기항하는 주요 외국적 선사들도 플로팅 FAF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선주들이 유가별 요율표를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 플로팅 FAF를 도입하는 데 공감하고 있다는 평가다.
해운업계가 플로팅 FAF 도입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화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국내 주요 대형 화주들은 물류비를 각종 비용 중 하나의 고정비용으로 인식해 비용변화에 인색한 편이다. 유류비 변동에 따른 할증료 지불은 더욱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플로팅 FAF는 선사와 화주 중 어느 쪽의 힘이 더 강하고 절박한 의지를 보이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며 “원양항로에서 글로벌 선사들이 유가연동 유류할증료 도입에 성공하면 아시아역내항로도 할증료 부과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발 운임은 지난달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6일 현재 주요 국적선사들의 부산발 홍콩행 공표운임은 TEU당 10달러, 필리핀 마닐라행은 100달러, 태국 램차방행은 50달러, 말레이시아 페낭 파시르구당행은 250달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라바야행은 430달러, 베트남 하이퐁 호찌민, 태국 방콕행은 34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형 선박으로 움직이는 외국적 선사는 주력 노선에 따라 운임이 천차만별이다.
이 항로 소석률(화물적재율)은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인 70~80%대를 형성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이번 달 물동량이 10월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특히 석유화학제품(레진)이 원재료인 나프타의 가격 인상과 미국의 고율관세 영향으로 북미나 유럽에 우선적으로 수출되면서 동남아향 물량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부 외국적 선사는 4분기부터 적재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낙관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동남아항로의 1~10월 수출입물동량은 243만4000TEU로 집계됐다. 수입이 124만7000TEU로, 수출 118만7000TEU보다 크게 앞질렀다. 국가별로 베트남이 75만5000TEU로 가장 많았고, 홍콩이 52만TEU로 2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태국이 29만3000TEU, 인도네시아가 26만8000TEU, 말레이시아가 25만6000TEU를 처리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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