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동항로 선사들의 한숨은 계속됐다. 화물적재율(소석률)은 지난달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바닥권으로 떨어진 운임은 변함이 없었다. 중동 기항 선사들은 공급 조절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장기화되는 악황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동항로 운임은 여전히 최저점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동남아보다 못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중국발 운임은 지난달에서 소폭 반등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SSE)가 발표한 이달 9일 중국 상하이발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행 운임은 528달러로, 지난달 12일 366달러에서 매주 상승 곡선을 그리며 60달러 이상 증가했다.
반면 한국시장 운임은 지난달과 대동소이한 250~35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선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ONE 하파크로이트 양밍으로 구성된 디얼라이언스는 지난 14일 블랭크세일링(임시 결항)을 통해 선복을 조절했다. 공급 축소를 위한 임시 결항은 내달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앞으로도 운임 회복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한국발 중동행 물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이란발 물량이 끊기게 되자 운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유가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불안정한 만큼 중동 현지 구매력도 줄어들었다고 선사 측은 전망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중동항로는 아프리카 지역의 관문 역할도 하는데 아프리카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도 이번 불황의 한 원인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한 외국적선사 관계자는 “운임이 너무 낮다보니 본사에서는 자꾸 운임 인상(GRI)을 시행하라고 하는데, 물량부족으로 본사 방침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소석률은 50~90%대로 폭넓게 형성됐다. 예전부터 중동노선에 강세를 보인 선사들은 지난달부터 물량이 확보돼 적게는 70%, 많게는 90%까지 선복을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초대형수화물(OOG) 및 프로젝트 화물 등으로 선복 확보가 가능했다고 각 선사 측은 밝혔다. 일부 선사들은 여전히 50%대의 낮은 소석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밀어내기 특수가 있긴 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무의미한 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수요 대비 지나친 초과 공급 상황이 계속되면서 디얼라이언스와 CMA-CGM 코스코 에버그린 OOCL 등으로 구성된 오션얼라이언스는 오는 12월부터 각자 운영 중인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선사에서는 할당 선복을 줄이며 변화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 통합이 이뤄지면 중동노선 내 선복이 감소해 수요·공급 균형이 지금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지난 5일부터 미국의 대이란 2차 제재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2차 제재는 이란과의 원유·석유제품, 금융 거래, 해운·조선 관련 거래를 금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란 원유 수입 제재 예외국가로 인정돼 한시적으로 원유 수입과 이란과의 결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해운 거래는 여전히 막힌 상태다. 선사 관계자들은 이란 노선이 재개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시황은 연말 이후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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