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비수기에 돌입한 유럽항로는 물동량과 운임이 모두 뒷걸음질 쳤다.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을 겨냥한 밀어내기 물량이 빠져나간 이후 본격적인 비수기로 접어들었다는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와 공급조절로 시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북미항로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유럽항로 운임은 9월 말 이후 줄곧 7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초대형선 인도가 잇따라 진행되고 있는 탓에 1000달러대 수준까지 운임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고 선사들은 입을 모았다. 올 들어 유럽항로는 네 자릿수 운임을 기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난해 4월과 6월에만 반짝 상승세를 보이며 1000달러대 운임을 신고한 바 있다.
머스크라인과 CMA CGM을 비롯한 유럽계 선사들은 운임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달 20피트컨테이너(TEU)당 1000달러까지 운임을 인상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시장에 적용하지 못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SSE)가 발표한 11월9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컨테이너 운임은 TEU당 753달러를 기록했다. 전달 731달러에서 소폭 상승했다. 중국-지중해항로 운임 역시 767달러를 기록, 전달과 비교해 16달러 올랐다.
선사들은 다음달 운임 회복을 통해 비수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라인은 지중해항로에서 품목무차별운임(FAK)을 도입한다. 이 선사는 12월1일부로 상하이에서 바르셀로나·이스탄불·제노아로 가는 화물에 FAK를 책정한다. 부과액은 TEU당 1075~1150달러 FEU당 2050~2200달러다. CMA CGM도 12월1일부로 지중해와 북유럽 노선에서 FAK를 적용하며 운임회복에 시동을 건다.
이 선사는 부산-서지중해 노선에서 TEU당 1200달러, FEU당 2200달러를, 동지중해에서 TEU당 1350달러 FEU당 2200달러의 FAK를 적용할 계획이다. 북유럽에서는 TEU당 1050달러, FEU당 2000달러의 FAK를 적용한다. APL은 부산을 포함한 아시아-북유럽 항로에서 12월1일부로 TEU당 1100~1150달러, FEU당 2000~2050달러의 FAK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다음달에 진행되는 선복 감축은 선사들의 운임 회복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발 유럽행 취항선사들은 85~95%의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 적재율)을 보이고 있다. 디얼라이언스는 대서양항로에서 감편을 실시한다. 감편 대상은 AL1 AL2 AL4로 12월 말에서 1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이밖에 유럽항로에서 높은 물동량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선사들도 블랭크세일링(임시휴항)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항로는 운임과 함께 물동량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영국 항로통계기관인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8월 아시아 15개국발 유럽 54개국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138만4000TEU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2.4% 후퇴했다. 5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다.
물동량 점유율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3.6% 감소한 100만9000TEU에 그쳤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2위 한국은 소폭 증가한 8만6500TEU를 기록, 3개월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3위 베트남도 0.5% 증가한 5만4500TEU를 기록해 2개월 만에 호조를 띠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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