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4 19:30

“지금처럼 어려울 땐 통합이 우리의 과제”

인터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양창호 원장
자발적인 연합 방식 구조조정이 효과적
내년 상반기 빅데이터연구 기본세팅 마칠듯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양창호 원장이 정부가 추진 중인 컨테이너선사 통합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창호 원장은 1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이 능사는 아니지만 선사 간 연합이나 통합 협력 이런 건 지금과 같이 어려울 땐 우리의 과제”라고 현 정부의 선사 통합 드라이브를 지지했다.

양 원장은 “(한진해운 사태가 나기 전인) 2015년부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통합 얘기가 나왔고 통합한다면 5위권 선사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일본이나 중국은 다 통합했고 우린 못했다”며 “그 때 (통합은) 민간에서 할 일이지 왜 정부가 나서느냐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 보면 정부가 나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급격하게 통합되는 것보다는 자율적인 통합이나 자발적인 연합으로 서서히 이뤄지는 구조조정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해양진흥공사 사후지원보다 선제적 대응에 무게 

배석한 황진회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해양진흥공사가 컨테이너선사의 통합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사에선 현재 상황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보는 거 같다”며 “컨테이너선사는 다른 수입 없이 운임만 바라보는데 운임이 낮은 수준으로 계속 가고 불황이 계속된다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공사에서 선사들의 자금흐름과 재무상황을 금융위와 같이 보고 있는데 적자 나는 기업엔 돈을 주기 어렵고 통합이 그나마 경쟁력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고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후에 돈을 지원하는 건 현대상선의 예에서 보듯 2~3배 자금을 넣어도 효과도 적고 선사의 피해도 커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해운 재건 계획을 두고 양 원장은 “국정과제이자 해운업계에선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며 “첫 발을 잘 내디뎠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두고 “해양수산부가 직접 관장하고 해운사를 전담하는 금융기관이 생긴 것”이라고 반기면서 “해양진흥공사의 보증이 기반이 돼 화주 조선소 정책은행 등에서 해운업계로 많은 자금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주에겐 선사와 적정 운임으로 장기간 거래하는 게 더 이익이란 점을 일깨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화주 상생 방안을 놓고 볼 때 화주가 이익이 안 되는데 선사와 왜 손을 잡겠나? 화주가 선사에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해운경기의 사이클을 봤을 때 지금처럼 한 푼이라도 싸게 선사를 바꿔가면서 이용하는 것보다 선사와 파트너십을 갖고 제 시간에 제 운임을 주고 거래하는 게 이익이란 걸 알려줘야 한다. 일본 화주들은 이미 그걸 잘 알고 있다.”

조선소 투자 유치 방안도 제시했다. 수주해 놓고 경기 불황으로 선주에 인도하지 못한 선박들을 국적선사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선소가 수주했다가 인도하지 못한 선박들이 있다. 60% 이상 지은 선박들을 건조를 마무리해서 선박은행(Tonnage Bank)에 넣고 투자해서 이익을 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화주와 조선소의 해운 투자는) 해양진흥공사 보증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케이프사이즈 빅데이터 분석예측 성과내 

양 원장은 올해 출범한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가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방향성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 “해운시장의 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경기 변화를 예측하는 수단으로 쓰겠다는 게 빅데이터 분석의 취지”라며 “인공지능(AI)을 통해서 과거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몇 가지 사례를 찾은 뒤 가장 유사한 내용에 맞춰 예측하는 게 가장 큰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데이터만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선박이 운항하는 실시간 정보와 물동량 자료를 우리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연결해서 보는 일, 전 세계 시장참여자들이 현재 상황을 감성적으로 어떻게 보느냐까지 들여다보게 된다”고 부연 설명했다.
 
양 원장은 “케이프사이즈를 먼저 (인공지능 방식으로) 연구한 뒤 나머지 파나막스나 핸디막스 수프라막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안엔 세팅이 다 될 거라 본다”며 “결과보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성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빅데이터와 AI 기반 연구는 기술적인 지식과 산업을 이해하는 지식이 융합돼야 해 해운기업과 MOU(양해각서)를 맺었다”며 “케이프 시장의 단기 예측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반기나 연간의 예측을 하는) 해운전망 세미나에선 활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내년부터 일주일마다 발행하는 ‘해운시황포커스’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한 케이프시장 예측 결과를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 원장은 또 올해 KMI 성과로 정규직 전환을 들었다. 그는 “작년에 외부인을 포함한 정규직 전환위원회를 구성해서 12차례 회의를 통해 총 1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며 “이 중 연구직이 75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예산 구조상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크지 않을 거란 설명이다.
 
이날 KMI는 중점 연구과제를 소개했다. 해운해사분야에선 ▲주요 해운 경쟁국 해운정책 연구분석 ▲거대선사 출현에 따른 국적선사 대응방향 ▲한국 컨테이너선대 육성 필요성 ▲컨테이너선산업 구조개선과 경쟁력 제고방안 등이 꼽혔다.

항만물류분야에선 ▲동북아 배출규제해역(ECA) 지정 ▲수출기업 글로벌 공급망 분석 ▲선박배출가스 관리를 위한 육상전원공급장치 활성화 등이 중점 연구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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