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양창호 원장이 정부가 추진 중인 컨테이너선사 통합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창호 원장은 1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이 능사는 아니지만 선사 간 연합이나 통합 협력 이런 건 지금과 같이 어려울 땐 우리의 과제”라고 현 정부의 선사 통합 드라이브를 지지했다.
양 원장은 “(한진해운 사태가 나기 전인) 2015년부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통합 얘기가 나왔고 통합한다면 5위권 선사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일본이나 중국은 다 통합했고 우린 못했다”며 “그 때 (통합은) 민간에서 할 일이지 왜 정부가 나서느냐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 보면 정부가 나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급격하게 통합되는 것보다는 자율적인 통합이나 자발적인 연합으로 서서히 이뤄지는 구조조정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해양진흥공사 사후지원보다 선제적 대응에 무게
배석한 황진회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해양진흥공사가 컨테이너선사의 통합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사에선 현재 상황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보는 거 같다”며 “컨테이너선사는 다른 수입 없이 운임만 바라보는데 운임이 낮은 수준으로 계속 가고 불황이 계속된다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공사에서 선사들의 자금흐름과 재무상황을 금융위와 같이 보고 있는데 적자 나는 기업엔 돈을 주기 어렵고 통합이 그나마 경쟁력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고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후에 돈을 지원하는 건 현대상선의 예에서 보듯 2~3배 자금을 넣어도 효과도 적고 선사의 피해도 커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해운 재건 계획을 두고 양 원장은 “국정과제이자 해운업계에선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며 “첫 발을 잘 내디뎠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두고 “해양수산부가 직접 관장하고 해운사를 전담하는 금융기관이 생긴 것”이라고 반기면서 “해양진흥공사의 보증이 기반이 돼 화주 조선소 정책은행 등에서 해운업계로 많은 자금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주에겐 선사와 적정 운임으로 장기간 거래하는 게 더 이익이란 점을 일깨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화주 상생 방안을 놓고 볼 때 화주가 이익이 안 되는데 선사와 왜 손을 잡겠나? 화주가 선사에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해운경기의 사이클을 봤을 때 지금처럼 한 푼이라도 싸게 선사를 바꿔가면서 이용하는 것보다 선사와 파트너십을 갖고 제 시간에 제 운임을 주고 거래하는 게 이익이란 걸 알려줘야 한다. 일본 화주들은 이미 그걸 잘 알고 있다.”
조선소 투자 유치 방안도 제시했다. 수주해 놓고 경기 불황으로 선주에 인도하지 못한 선박들을 국적선사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선소가 수주했다가 인도하지 못한 선박들이 있다. 60% 이상 지은 선박들을 건조를 마무리해서 선박은행(Tonnage Bank)에 넣고 투자해서 이익을 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화주와 조선소의 해운 투자는) 해양진흥공사 보증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케이프사이즈 빅데이터 분석예측 성과내
양 원장은 올해 출범한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가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방향성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 “해운시장의 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경기 변화를 예측하는 수단으로 쓰겠다는 게 빅데이터 분석의 취지”라며 “인공지능(AI)을 통해서 과거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몇 가지 사례를 찾은 뒤 가장 유사한 내용에 맞춰 예측하는 게 가장 큰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데이터만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선박이 운항하는 실시간 정보와 물동량 자료를 우리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연결해서 보는 일, 전 세계 시장참여자들이 현재 상황을 감성적으로 어떻게 보느냐까지 들여다보게 된다”고 부연 설명했다.
양 원장은 “케이프사이즈를 먼저 (인공지능 방식으로) 연구한 뒤 나머지 파나막스나 핸디막스 수프라막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안엔 세팅이 다 될 거라 본다”며 “결과보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성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빅데이터와 AI 기반 연구는 기술적인 지식과 산업을 이해하는 지식이 융합돼야 해 해운기업과 MOU(양해각서)를 맺었다”며 “케이프 시장의 단기 예측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반기나 연간의 예측을 하는) 해운전망 세미나에선 활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내년부터 일주일마다 발행하는 ‘해운시황포커스’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한 케이프시장 예측 결과를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 원장은 또 올해 KMI 성과로 정규직 전환을 들었다. 그는 “작년에 외부인을 포함한 정규직 전환위원회를 구성해서 12차례 회의를 통해 총 1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며 “이 중 연구직이 75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예산 구조상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크지 않을 거란 설명이다.
이날 KMI는 중점 연구과제를 소개했다. 해운해사분야에선 ▲주요 해운 경쟁국 해운정책 연구분석 ▲거대선사 출현에 따른 국적선사 대응방향 ▲한국 컨테이너선대 육성 필요성 ▲컨테이너선산업 구조개선과 경쟁력 제고방안 등이 꼽혔다.
항만물류분야에선 ▲동북아 배출규제해역(ECA) 지정 ▲수출기업 글로벌 공급망 분석 ▲선박배출가스 관리를 위한 육상전원공급장치 활성화 등이 중점 연구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