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상선이 해운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현대상선과의 통합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SM상선 김칠봉 사장은 30일 기자와 만나 “현대상선과의 통합은 현 시점에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 사장은 “현대상선과 통합해 선대 규모를 대형화하는 건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데 일부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선 단순한 통합은 대한민국 해운산업 재건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M상선은 독자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해 주어진 우리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이라며 “소모적인 통합설 또는 사업철수설로 한국해운의 국제 신인도가 추락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북미항로 운임 1500弗 급등
김 사장은 해운업계에서 불거지고 있는 컨테이너선사업 철수설을 일축한 뒤 향후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북미항로를 주력으로 아시아시장에서 일본과 중국 베트남 3개 지역에 핵심역량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미주사업은 회사 실적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 됐다. SM상선은 지난 5월 캐나다 밴쿠버를 연결하는 컨테이너노선(PNS)을 개설하며 미주서비스를 기존 롱비치노선과 함께 주 2편으로 늘렸다. 서비스 강화 이후 운임이 급등하면서 서비스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현재 북미항로 운임이 40피트 컨테이너(FEU) 기준으로 롱비치노선은 2400~2600달러, 밴쿠버노선은 2200~2400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난 1분기에 비해 무려 1500달러 가량 치솟았다.
김 사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북미항로 호황을 이끌었다고 풀이했다. 미국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비해 현지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중국산 제품을 대거 수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중국산 5745개 품목에 25%의 관세폭탄을 투하할 계획이다. 1단계로 지난달 24일 10%를 부과했고 내년 1월1일 추가로 15%를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중국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거나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전략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15%가 추가로 부과되는 내년이 문제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도 불안한지 중국에서 (수입되는) 물동량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미국에 있는 화주들이 조기에 물동량을 끌어당기고 있다. 또 미국 경기가 좋아서 선복보다 물동량이 많아진 측면도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비수기에 선복조절에 나선 것도 시황을 부양한 요인이 됐다. 지난 7월 머스크라인과 MSC로 구성된 2M이 아시아-북미서안 1개노선을 중단하는 등 주요 원양선사들은 미주노선 개편을 통해 수급 개선을 꾀했다. 공급이 줄어든 와중에 무역분쟁발(發) 밀어내기 화물이 쏟아진 것이다.
김 사장은 “머스크라인이나 코스코 등에서 노선을 조절한 데다 변동성 없이 그대로 운임을 유지한 게 도움이 됐다”며 “전통적으로 7월부터 9월까지가 성수기이고, 10월 이후부터 비수기에 접어들지만 11월에도 운임이 변곡점 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비나라인과 베트남·태국항로 공동운항
베트남에선 국영선사인 비나라인과 제휴해 다양한 해운항만사업을 벌여나간다. 특히 SM상선이 16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단독 배선하고 있는 한국-베트남·태국노선(VTX)에 비나라인을 공동운항선사로 참여시킬 계획이다. 지난달 베트남 현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협약서(MOU)를 체결했다.
“베트남 국영기업인 비나라인과 MOU를 체결하고 현지 독점 운항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호찌민(노선)에 선박 1척을 비나라인에서 투입토록 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넣으려고 한다. 또 호찌민과 하노이 중간에 있는 다낭항에 우리나라 선사가 들어가지 못하는 데 거기에도 함께 진출하려고 한다.
베트남 시장에 SM그룹 건설부문인 경남기업과 삼환기업이 진출해 있다. 건설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항만에 재투자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최근 항권을 취득한 중국시장에선 수출입화물 영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SM상선은 지난달 초 황해정기선사협의회 가입을 확정한 데 이어 협의회로부터 부산-톈진(신강)·칭다오노선 항권을 인정받고 이달 17일부터 양국 직교역화물(로컬화물) 수송을 시작했다. 한중항로에 배를 띄운 지 1년6개월 만이다.
“그동안 한중노선은 미국으로 가는 환적물량을 1000개 가량 실어왔다. 항권이 주어진 만큼 부산-북중국 간 수출입화물 영업을 병행해서 사업을 안정화해 나가겠다.”
김 사장은 선적상한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한일항로에선 국내 선사와 협업해서 동반성장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90억원의 손실을 냈던 SM상선은 북미항로 호황을 배경으로 올해 하반기 들어 흑자 재정에 진입했다.
김 사장은 “상반기까지 해운부문에서 500억원 정도의 적자를 냈지만 8월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 하반기엔 흑자를 많이 낼 것으로 본다”며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연말에 가선 손실 폭을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감한 아주항로 구조조정도 수익성 개선에 큰 힘이 됐다. SM상선은 올해 들어 시황이 곤두박질 친 중동과 인도항로를 중단했다. 인도네시아도 한국해운연합(KSP) 항로합리화 차원에서 선복 임차 서비스로 전환했다.
“적재적소에 직원을 배치하거나 조직을 통폐합해 슬림화했고 시황이 안 좋은 아시아노선을 합리화했다. 특히 중동과 인도가 상당히 안 좋아서 이들 항로에서 철수했다. 시황이 좋을 때 다시 재개하려고 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