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호주항로 선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까지 지지부진했던 한국과 중국의 수출 화물이 이달부터 대거 쏟아지면서 운임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중국 상하이발 호주 멜버른행 해상운임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71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내리막길을 걷던 운임이 중국 국경절 이후 200달러 가까이 상승했다. 9월엔 7일 559달러를 시작으로 시나브로 떨어져 28일 532달러까지 하락한 바 있다.
한국발 운임도 오름세를 탔다. 지난달 선사들의 한국발 호주행 운임을 종합해보면 평균 600달러선에 그쳤다. 그러나, 10월 들어 물동량이 급증하자 선사들은 기본운임인상(GRI)에 나섰다. 현대상선은 지난 1일 TEU당 약 100달러씩 운임을 올린 데 이어 15일에는 150달러의 추가 인상을 시행했다.
ANL은 지난 15일부터 100~150달러씩 운임을 올렸다고 밝혔다. 함부르크수드는 지난 15일에 200달러의 GRI를 시행했다. 일부 선사들은 오는 11월에도 GRI를 시행할 것으로 파악됐다. 한 선사 관계자는 “물동량 수요가 계속 밀려드는 분위기라 다음달까지 운임은 호조세를 유지할 것 같다”며 기대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달들어 수요는 견실한 편이다. 대부분의 선사들은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 100%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일부 선사들은 150% 혹은 180%에 달하는 소석률로 선적을 대거 이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선사 관계자는 “9월 말과 10월 첫째 주까지는 선복을 다 채우지 못해 걱정했는데, 다행히 10월 중순 이후 물량이 급물살을 탔다”고 말했다. 지난달 선사들은 호주 노선의 공급 과잉을 조절하고자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을 시행했지만, 이달에는 반대로 선복이 부족할 만큼 수요가 폭증한 상태가 됐다. 선사들은 당분간 추가 선복 투입 없이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를 대비하는 화물 수요가 많다. 초과 수요는 다음 달 하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보다는 못할 거라는 게 대다수 선사들의 반응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올해는 중국발 물량 수요가 예년만 못하고, 호주 노선에 공급도 많이 늘어서 지난해의 운임 1000달러 돌파 기록을 이어가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호주는 지난 17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를 위한 국내 절차를 완료했다. CPTPP의 모태는 TPP로,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에서 탈퇴한 이후 좌초 위기에 놓이자 일본의 주도로 남은 국가들끼리 다시 구성했다. 호주는 기존 TPP 회원 11개국 중 4번째로 비준 절차를 완료했다.
CPTPP는 연내로 총 6개국이 비준을 마칠 경우 내년 상반기 내에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정부는 협정이 발효되면 수출시장의 대폭 확대로 2030년까지 156억호주달러(약 13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 정부도 최근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책으로 CPTPP 가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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