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유럽항로 취항선사들은 중국 국경절 이후 쏟아지는 물량을 실어나르느라 분주한 한 달을 보냈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밀어내기 물량이 증가한 덕에 90~95%에 가까운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을 기록했다.
선사들의 소석률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운임은 오히려 하락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초대형선 인도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탓에 운임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정기선시장엔 10만TEU에 가까운 신조선이 공급됐다. 코스코의 2만1000TEU급 <코스코네뷸라> 1만9000TEU급 <코스코스코피오>, 에버그린의 2만TEU급 <에버기븐>호가 구주항로에 투입된 선박들이다.
선사 관계자는 “초대형선 인도가 내후년까지 예정돼 있다. 이 신조선들마저 유럽항로로 투입될 가능성이 커 운임하락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SSE)가 발표한 10월12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컨테이너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731달러를 기록했다. 전달 885달러에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지중해항로 운임 역시 751달러를 기록, 전달과 비교해 100달러 이상 하락했다.
세계 1~2위 해운사 머스크라인 MSC가 결성한 2M얼라이언스의 서비스 재개도 운임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M은 올해 9월 수요 감소 여파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이 투입된 유럽서비스(AE2)를 잠정 중단했다.
두 선사는 시황이 회복될 때까지 서비스를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12월5일 뱃길을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 물동량 상승세가 높지 않은 상황에 서비스가 늘어나면 운임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프랑스 알파라이너는 “2M의 서비스 재개로 아시아-북유럽 노선의 선복량이 약 6%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중해노선에서는 금융 불안으로 침체에 빠진 터키의 행보가 선사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올 들어 터키 경제는 리라화 가치가 40% 가까이 폭락하면서 물가가 치솟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터키에 경제 제재를 가했고, 이는 리라화 폭락으로 이어졌다. 선사들은 터키 경제위기로 지중해행 물량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며 전체 실적 감소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유럽수출항로 물동량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영국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7월 아시아 15개국발 유럽 54개국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3.7% 감소한 139만3000TEU를 기록했다. 전체 물동량의 70%를 차지하는 중국이 5.2% 감소한 99만6000TEU에 그치며 실적감소를 견인했다. 2위 우리나라는 12% 감소한 8만7000TEU를 기록,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3위 베트남은 1.4% 감소한 6만TEU로, 2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7월 유럽발 아시아 수입항로 물동량은 3.6% 감소한 65만1000TEU로, 2개월 만에 역신장세로 돌아섰다. 내년 아시아발 유럽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약세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선사들은 내년 유럽연합(EU) 탈퇴로 경제가 위축된 영국과 더불어 독일의 경제 성장률 하락에 주목했다. 지난달 독일산업협회(BDI)는 무역 긴장과 브렉시트 등에 따른 수요 감소를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 전망률을 2.25%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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