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대기업 물류계열사들의 전횡에 제동을 걸었다. 모기업과 관련 자회사가 물류계열사로 일감을 몰아주는 걸 30% 내로 규제해, 물류계열사의 2자물류 의존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물류계열사의 2자물류사업을 억제해, 국내 3자물류시장을 키우겠다는 방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의원(인천남동을)은 지난 12일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방지하는 ‘물류정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해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제2자물류’의 정의 신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물류기업의 2자물류 계약체결 제한 등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2자물류는 화주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물류기업에 물류활동의 일부나 전부를 위탁하는 것을 뜻한다.
물류계열사가 2자물류 계약을 제한하도록 하는 37조의2도 신설됐다. 국토교통부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대·중소기업 간 상생 및 건전한 거래질서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계열사 물량 취급을 제한하거나 사업개선을 명한다는 게 골자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4조제1항에 따라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물류기업이 규제의 대상이다. 다만, 총매출액 중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30% 미만인 물류기업은 법망에서 제외된다. 이 법안이 최종 공포되면 모기업이나 계열사의 물류를 전담하는 대형 물류기업들은 계열사 거래를 30%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
이번 규제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계약 상대방을 위해 관계 부처가 계약전환의 대행 및 비용부담, 계약해지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토부·해수부 장관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물류기업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에 해당하는 금지행위를 했다고 인정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도록 만들었다.
해운법에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해운회사의 계약체결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설 조항인 31조의2에 따르면 해수부장관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4조제1항에 의거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해운업자에 대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계열사와의 해운중개업이나 해상화물운송주선 계약을 제한하도록 만들었다. 다만 총매출액 중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30% 미만인 물류기업은 제외된다.
물류정책기본법과 마찬가지로 해운법 개정으로 피해를 입을 계약 상대방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됐다.
또 제2조제1호에 명시된 ‘해운대리점업’을 ‘해상화물운송주선업·해운대리점업’으로 수정하고, 제5호의2를 신설해 ‘해상화물운송주선업’의 정의를 구체화했다. 해상화물운송주선업이란 국제물류주선사업 중 타인의 수요에 따라 자기 명의로 타 선박을 이용해 해상화물 운송을 주선하는 걸 뜻한다.
윤 의원이 초강력 규제 법안 2건을 발의한 건 세계은행이 2년마다 전 세계 160여개국을 대상으로 집계하는 물류성과지수(LPI)가 하락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LPI는 세계 25위를 기록했다. 2007년 25위, 2010년 23위, 2012년 21위까지 실적이 상승했으나, 그 이후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윤 의원은 LPI 침체 배경의 주요 요인으로 대기업이 자사 물류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게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LG그룹 계열 물류회사인 판토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60%, 삼성그룹 계열 물류회사인 삼성SDS, 삼성전자로지텍은 각각 75.58%, 88.74%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로지스틱스의 경우 90.89%에 달한다. 내부거래가 늘어나면서 매출액도 폭증했다. 삼성전자로지텍의 지난해 매출액은 2003년 대비 330.9% 증가했으며, 롯데의 경우 6267% 성장했다.
윤관석 의원은 “우리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자 물류를 통한 기형적 성장이 아닌, 어느 화주에게도 맞춤형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3자 물류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이번 개정안으로 대한민국이 물류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제도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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