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국가가 해운·항만·물류산업 분야 상호 번영을 위해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1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아세안의 해양수산 및 해운항만 잠재성과 한국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자 ‘신남방정책과 해양수산 과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해양수산 및 해운물류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 약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말레이시아국립대학교 첸취퀵(Cheng-Chwee Kuik) 교수, 주한베트남대사관 트란쯔엉투이(Tran Truoung Thuy) 부대사, 아세안항만연맹 무함마드라지프아마드(Muhammad Razif Ahmad) 회장, 베트남 외교부 국경위원회 응웬후이중(Nguyen Huy Dzung) 국장 등이 해외 연사로 참여했다.
해운·항만 기관 통합한 컨트롤타워 필요
해운·항만·물류 분야의 신남방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발표한 KMI 김찬호 항만투자운영연구실장은 “지난해 아세안 국가들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총 1억1833TEU로 전 세계 141개국 물동량의 약 21.1%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2010년 이후 연평균 4.8%씩 증가하고 있다”며 아세안 시장의 잠재성을 설명했다.
아세안 주요 6개국과 인도를 합한 전체 해상 물동량은 총 25억9400만t으로, 지난 2010년 이후 연평균 3.9%씩 늘어나고 있다. 각국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 수와 크기, 운송 능력, 정기 노선 수 등을 종합해 점수를 매기는 정기선 연계성지수도 지난 2004년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올해 각각 110 134점을 기록, 아세안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베트남은 지난 2004년 13점에서 올해 69점으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어 김 실장은 “아세안 국가들의 해운·물류 발전에 대한 요구사항이 어떤 것인지부터 파악한 뒤 우리와 아세안과의 선순환적 상호 번영 체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의 아세안 시장 진출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아세안 국가들은 단일 해운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항법시스템과 보안 분야에 국제 표준을 도입하고 있다. 지역 협력을 강화해 항만 첨단화와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 추진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상호 번영을 위해서는 아세안의 ‘니즈’를 분석, 해운·물류 정책 개발, 현지 교육 훈련, 세미나·초청연수 기회를 확대하는 공공외교적 활동과 항만 및 배후단지 등 인프라 개발을 병행해야 하고 이를 시행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김 실장은 강조했다. 정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해운연합 해양진흥공사 항만공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으로 이뤄진 해운 인프라·연결망 발전 사업 체계(MIND)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물류 시장 개척 및 확장 방안으로는 지난해 기준 약 4818개에 달하는 현지 진출 기업들의 공급망 연계 플랫폼 구축이 제안됐다. 그는 “현지 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현지에서 가용할 만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해외 물류인 양성과 우리나라 우수 인력의 해외 파견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현지 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세안-한국 협력으로 ‘윈윈’ 효과 기대
무하마드라지프아마드 아세안항만연맹 대표는 “높은 경제 성장 잠재력, 대다수 국가들이 해안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등으로 아세안의 해양·해운·항만 분야 산업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며 아세안 항만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아세안 국가 정상들이 모여 합의한 ‘쿠알라룸푸르 아세안 교통 전략 계획 2016-2025’에 속한 항만 분야 목표는 18개, 세부 전략은 44개다. 주요 내용으로는 ▲아세안 단일 해운시장 구축 ▲로로(Ro-Ro)선 운송망 안정화 ▲복합 운송망 구축 ▲해운·항만 운영시스템 및 보안 능력 강화 등이다. 그는 “앞으로 아세안과 한국이 항만운영 기술과 스마트 및 친환경 항만 구축, 인력 양성 등의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서로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KMI 양창호 원장은 “현재 중국이 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위한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아세안·인도 등 신남방지역과의 다극적 협력체제를 마련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신남방지역의 거대한 잠재력과 풍부한 인구 및 해양수산자원, 우리나라가 보유한 해양과학기술과 개발 경험, 해운항만 물량을 더한다면 상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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