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항로는 9월 들어서도 여전히 성수기 도화선에 불을 당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국발 물량 약세와 선복 증가가 원인이다. 선사들은 “선복은 겨우 다 찼다”면서도 “운임은 더 떨어졌다”고 아쉬움이 섞인 반응을 보였다.
운임은 ‘중국발 물량 약세’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7일 상하이발 호주 멜버른행 해상운임은 55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700달러대에서 500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지난달 중국발 호주행 운임은 8월3일 TEU당 756달러를 시작으로 10일 727달러 17일 663달러 24일 621달러 31일 590달러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한국발 운임도 상승은커녕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각 선사들의 한국발 호주행 운임을 종합한 결과, 20피트컨테이너(TEU)당 550달러에서 최대 700달러로 파악됐다. 700~750달러대였던 지난달보다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선사들은 기본운임인상(GRI) 도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GRI를 시행하기에는 선복을 채울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100%를 기록하고 있지만, 선복이 부족할 정도의 호황은 아니라는 게 해운업계의 반응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물량이 나오질 않아 한국으로 선복이 넘어오다 보니 덩달아 부담을 느낀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선사들이 선박에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하는 데는 중국발 물량이 예년만 못한 것과 더불어 지난달부터 각 선사들의 선복이 대거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파악됐다. 코스코 OOCL ANL로 구성된 A3 컨소시엄이 선박을 4600TEU급에서 5000TEU급으로 올린 데 이어 현대상선이 A1X A2X 서비스를 신설하면서 주당 TEU가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현대상선 양밍 에버그린 등으로 구성된 NEAX 컨소시엄은 9월20일 한차례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을 시도하며 공급 조절에 나섰다. 한 선사 관계자는 “이번달 ONE의 모선이 임시결항하면서 호주항로 취항 선사들이 선복 할당량을 간신히 채웠다”며 물량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ANL은 10월 초 중국-호주 노선인 A3C서비스를 한 차례 결항할 예정이다. 선사들은 10월 첫주의 국경절 연휴 이후에는 성수기 호조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현재 수준으로는 운임 1000달러대를 기록했던 지난해와 같은 호황은 누리지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선사 관계자는 “현재는 중국 물량이 부진하나, 시황이 워낙 급변하다 보니 하반기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적으로 선박대형화의 흐름이 강세인 가운데, 호주의 주요 항만은 아직 대형선박이 기항할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해운전문지 저널오브커머스(JOC)는 “호주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멜버른항의 경우 세계 주요 선사들이 1만TEU급 선박을 투입하고 싶어도 수심제한으로 최대 7500TEU급 선박만 기항하고 있다”며 호주 항만의 시설 확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