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항로는 성수기 초입에서 수익극대화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서서히 물량 증가세는 보이지만, 공급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선사들은 해상운임 올리기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SSE)에 따르면, 8월10일자 상하이발 호주 멜버른행 운임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727달러로, 지난 3일 756달러에서 하락세를 띠었다. 지난해 동월 400~500달러 선에 머물러 있던 상하이발 운임은 9월부터 본격 호황에 접어들며 올해 2월까지 1000달러대를 기록하다 서서히 내려앉았다.
한국발 운임은 8월 현재 이와 비슷한 700~750달러대로,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소석률(화물적재율)은 증가세를 보였다. 각 선사들의 8월 한국발 소석률을 종합해본 결과, 휴가기간인 둘째주에 85%였던 것을 제외하면 모든 기간에 9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늘어난 선복만큼 물량 수요가 따라와주지 못할까봐 우려했지만, 큰 타격은 없는 것 같다”고 선사 관계자들은 말했다.
각 선사들은 선대를 키우거나 신규 서비스를 개설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모습이다. 매주 수요일에 선박을 배선하는 코스코 OOCL ANL의 A3 컨소시엄에서 운항 중이던 4200~4600TEU급의 선박 6척이 모두 5000TEU급으로 커졌다. OOCL은 15일부터 주당 선복량이 30~40TEU씩, ANL은 20TEU씩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상선은 APL 에버그린 ONE 양밍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새로 가입하면서 중국발 멜버른행 직기항 서비스와 일본 부산 중국을 거쳐 호주로 향하는 A1X A2X 서비스를 신설했다. 이로써 기존 대비 주당 선복량이 90TEU 증가한 160TEU로 늘어나게 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주당 호주행 컨테이너 공급량이 약 1600TEU 정도인데, 몇몇 노선에서 선대가 커지면서 공급량이 8%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ANL은 이달 중순부터 중국-호주 노선인 A3C 서비스의 선대를 5000TEU대에서 8000TEU급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선사 관계자들은 “호주 노선은 중국 화물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구간이라 이번 공급 증대 또한 한국 시장에 영향을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선복이 늘어나면서 호주항로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체 호주행 물량에서 약50~60%를 차지하는 대기업 및 FOB(본선인도) 조건 물량 다수의 계약은 이미 끝이 났다. 추가로 늘어난 선복에는 호주나 기타 지역에서의 단발성 화물들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므로 시장은 더 좁아졌다.
몇몇 선사들은 선박에 화물을 채우기 위해 운임을 낮게 책정하는 전략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운임인상(GRI)도 시행하지 않았다. 이번 달에는 시행한다 해도 운임 회복이 아니라 유지 차원에 불과할 것 같다”고 밝혔다.
화주 측의 수요는 그대로인데, 선박대형화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하반기에 대한 선사들의 기대도 한풀 꺾였다. 지난해 네자릿수 운임을 기록할 만큼 폭발적인 초과 수요 상황은 없을 것 같다는 게 선사 측의 전망이다.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즈음엔 선복이 모자를 정도로 물량 수요가 높았는데, 올해는 지난해 정도로 물량이 공급을 초과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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