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가 3자물류업체에 물류서비스를 맡기면 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나 법인세를 공제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 14조항이 올 연말이면 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 물류시장의 3자물류 이용이 보편화됐다는 게 법안 일몰의 배경이다. 법안을 심사하는 기획재정부가 정책 유지 타당성에 낙제점을 매기면서, 국토교통부가 물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던 유일한 금전지원 정책은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
기재부가 지난달 31일 입법예고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제3자물류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조항(제104조의14)은 오는 12월31일로 일몰된다. 정부는 이 조항을 2007년 12월31일에 신설해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기간을 연장하도록 법안을 개정했다.
당시 정부는 화주기업을 지원해 물류비 부담을 완화해주고, 이를 통해 3자물류 활성화로 전문 물류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제도를 도입했다. 또 조세혜택을 제공하면 물류작업을 자체 해결하는 제조업체들이 3자물류업체로 일감을 넘겨줄 거라는 기대도 반영됐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제104조의14 ①은 제조업을 경영하는 내국인이 각 과세연도에 지출한 전체 물류비용 중 3자물류비용이 직전 과세연도에 지출한 3자물류비용을 초과하면 그 초과금액의 100분의 3(중소기업은 100분의 5)에 상당하는 금액을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187곳의 제조업체들이 이 제도를 통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1086억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누렸다. 연평균 136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3자물류시장 창출 규모는 총 18조3200억원으로, 세제지원정책이 연평균 2조2900억원의 시장을 창출한 셈이다.
3자물류비중 68% 육박, 충분한가
기재부는 120여가지를 담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3자물류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외에도 ▲중소기업 재직자 성과보상금 소득세 감면 ▲창업자의 융자서류 인지세 감면 ▲특허박스 ▲유턴기업 세금감면 ▲일자리 유지 중소기업 소득공제 제도 등을 개정하지 않고 일몰하기로 결정했다.
조세특례제한법은 공제금액 300억원을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면 국회에서 타당성여부를 심층평가한 결과를 토대로 기재부가 최종 집행한다. 300억원 미만의 산업은 기재부가 관계부처와 관련 업계의 의견을 참고해 법률 개정여부를 가린다.
3자물류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조항 일몰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3자물류 이용비율이 약 68%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인근 국가인 일본의 3자물류 비중에 근접했다고 본다”며 “이 법을 최초로 도입할 때보다 3자물류가 보편화되고 상용화됐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해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3자물류 이용률이 2016년부터 올해까지 60% 후반대를 이어오고 있다. 화주들의 3자물류 이용률이 정체된 점에서 우리가 지원하더라도 비율을 높이는 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물류업계는 물류정책기본법 제37조(제3자물류의 촉진)에서 화주기업이 자가물류를 3자물류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한 만큼, 우리나라의 3자물류 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80~90%까지 끌어올린 후 제도를 일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또 최근 세계은행이 발표한 LPI(물류성과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 24위에서 올해 한 계단 하락한 25위에 머무른 반면 일본은 12위에서 5위로 급등했다.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국가는 대부분 유럽지역으로 3자물류 비중이 높았다.
물류업계 “물류산업 중요성 간과”
물류업계는 제조업체에 대한 세제지원이 있어야 화주들이 자가물류를 3자물류로 전환할 동기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제조업체와 물류업체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산업에 집중해야 물류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출입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도 제기된다. 특히 일몰 위기에 놓였던 과거의 물류산업 관련 조세특례조항들이 개정되지 않고 폐기된 점에서 이 제도까지 없애는 건 침체된 물류업계에 고통을 가중시키는 격이라는 의견이다.
정부가 물류산업의 시장규모와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3자물류시장 규모(매출액 기준)는 2015년 90조295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등록된 물류업체 수는 19만9108곳으로, 업체당 매출액은 약 4억5000만원이었다. 매출액 800억원을 초과한 물류기업은 69곳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한 물류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56만6712명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산업은 기타 산업보다 고용유발계수가 높아,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산업이다”며 “2011년부터 물류산업 매출이 거의 정체돼 있는데, 이 제도마저 일몰되면 물량정체로 중소물류업계가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최근 세계은행은 우리나라의 물류경쟁력이 한 계단 하락하고 일본은 크게 올랐다고 발표했다. 3자물류 이용률의 차이 때문이다”며 “3자물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유일하게 금전적으로 지원하던 조세특례제한법이 사라지면 3자물류 선진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