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 러시아 석탄이 해운물류업계의 새로운 수요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는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의 ‘탈석탄’ 기조에 대응해 아시아로 석탄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궤를 같이해 수출항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시설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인도네시아 호주에 이어 세계 제 3위 석탄 수출국이다. 지난해 1억8600만t의 석탄을 수출하며, 과거 5년 새 25% 성장하는 위엄을 과시했다. 일본 중국 한국 터키 영국 네덜란드 독일 폴란드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등이 주요 수입국으로 포진했다.
러시아는 앞으로 유럽 수출길이 서서히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로 에너지원을 교체하는 정책을 펴는 까닭이다. 프랑스는 2023년, 영국은 2025년까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사용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독일도 연내로 ‘탈석탄’ 시점을 확정할 방침이다.
석탄 사용을 줄이는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선 석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석탄화력발전소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일정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이 예상된다.
특히 일본은 러시아가 호주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 번째 석탄 도입처다. 일본 재무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석탄 수입량은 1818만t으로, 과거 5년간 40% 확대됐다. 일반탄이 7% 증가한 1160만t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무연탄이 7% 증가한 282만t, 연료탄이 17% 감소한 376만t이었다.
최근 아시아 수요의 급격한 증가와 유럽 수요의 정체로 수출에서 아시아와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도 역전됐다. 5년 전 40%에 불과했던 아시아 수출 물량은 지난해 50%를 넘는 1억t에 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최근의 흐름에 대응해 아시아 지역 벌크항 정비에 나서고 있다. 연해주 지역의 보스토치니(
사진) 포시에트는 1년 내내 석탄 수출이 가능한 부동항들이다. 특히 보스토치니는 러시아 석탄 수출의 25%를 담당하는 러시아 극동지역의 허브항이다.
이보다 북쪽에 위치한 바니노항과 사할린 서안 샤흐툐르스크항에서도 여름철에 석탄 수출이 활발이 이뤄진다. 석탄 수출의 15%가 바니노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석탄단지 확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보스토치니항은 올해 5월까지 석탄 1020만t을 수출했다. 지난해에 비해 3% 늘어난 실적. 항구를 떠난 석탄들은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석탄 화물의 35%를 책임졌다.
이 기간 보스토치니항의 벌크선 입출항 실적은 총 236척이었다. 석탄 수출에 주로 이용되는 파나막스와 케이프사이즈는 각각 31% 11%인 75척 25척이었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은 1년 전에 비해 40%나 늘어났다. 지난 4월 300번째로 출항한 18만t짜리 케이프사이즈선박이 14만3000t의 석탄을 싣고 대만을 향했다고 보스토치니항 측은 전했다.
확장공사가 마무리될 경우 보스토치니항 처리능력은 700만t 늘어난 연간 390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니노항도 벌크터미널을 내년까지 처리능력을 연 2400만t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금보다 4% 이상 확대되는 것이다.
향후 과제는 철도 증설이다. 아시아로 석탄을 늘리기 위해선 석탄 주요 산지인 러시아 내륙지역에서 항만으로 이어지는 수송망이 강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연방 정부는 동부지역 철도 인프라 발전을 위해 올해까지 TSR와 바이칼-아무르 철도(BAM) 인프라 확충에 5620억루블(약 9조9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3020억루블(약 5조3000억원)은 러시아철도공사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조성되고 연방예산과 국가복지기금에서 2600억루블(약 4조6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철도망 개선 공사로 동부지역 석탄 수송량은 연간 약 5500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국제협력은행(JBIC)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연해주 파르티잔스크에서 2000만t 규모의 석탄 전용 조차장 건설도 진행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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