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으로 동남아항로를 기항하는 선사들의 운임인상이 요원해지고 있다. 한국발 운임은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19일 현재 베트남 호치민, 태국 방콕 램차방행 운임은 TEU(20피트 컨테이너)당 2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하이퐁과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행 운임은 100달러 중반대를 이루고 있다.
최근 선박용선료 유류비 하역료 인건비 등이 크게 오른 가운데, 이 항로를 기항하는 선사들은 비용증가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특히 유가인상에 대응해 선사들이 EBS(긴급유류할증료) 부과에 나서고 있지만, 화주들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적선사들은 EBS 대신 각종 비용을 포함하는 ‘CRC’(비용보전할증료)를 20일부터 도입했다. 인상 규모는 TEU당 50달러다. 일부 외국적선사는 EBS나 CRC 대신 ‘BRS’(유류비보전할증료)로 명칭을 바꿔, TEU당 20달러씩 걷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사 관계자는 “연초 대비 운영비가 약 50% 인상된 가운데, 수요부진으로 운임까지 떨어지고 있다. CRC 부과로 채산성을 회복해야 한다. 화주들이 비용 지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발 소석률(화물적재율)은 중순까지 부진하다 월 말로 가면서 크게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항로 취항선사들이 서비스 신규개설 및 개편소식을 알려온 점은 눈길을 끈다. 일본계 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다음 달부터 필리핀행 노선 ‘JPH’에 투입되는 선박을 기존 1300TEU급에서 2000TEU급으로 대형화한다. 기항지는 일본-부산신항(PNC·부산신항만)-필리핀 마닐라(북·남)-부산신항-일본 순이다. 이 선사 관계자는 “선박 대형화로 한국발 선복량이 늘어나 필리핀 항로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만계 선사 TS라인은 과거 가오슝 호치민 말레이시아를 직기항하던 ‘NHM’서비스를 재도입한다. 고려해운과 선복 100개를 교환하며, 다음 달 첫 주부터 본격 운항에 나선다. 기항지는 광양-울산-부산-가오슝-호치민-싱가포르-포트클랑-페낭-파시르구당 순이다. TS라인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 재도입으로 말레이시아와 호치민 노선의 경쟁력이 강화됐다. 부산항에는 주말에 입항해 가오슝으로 직기항한다”고 전했다.
머스크그룹 계열사인 MCC트랜스포트는 동말레이시아 신규 서비스를 개시해 화주맞이에 나선다. MCC트랜스포트는 다음달 5일부터 국내 유일의 부산발 코타키나발루 빈툴루행 주간 직기항서비스 ‘PH1’을 도입한다. 2500TEU급 선박 5척이 투입되며, 부산신항을 기항한다.
부산에서 코타키나발루까지 7일, 빈툴루까지 8일이 각각 소요된다. 인근 쿠칭 따와우 시부 산다칸으로도 환적 서비스가 가능해 동말레이시아 항로 경쟁력이 꽤 강화될 전망이다. 기항지는 부산신항(HJNC·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홍콩-코타키나발루-빈툴루-탄중펠레파스-싱가포르 순이다. 이 선사 관계자는 “에버그린 PIL 등이 환적서비스로 주력하던 이 지역에 8월부터 직기항서비스를 하게 됐다. 기항시간 단축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장금상선은 이달 23일부터 부산발 방글라데시 치타공행 직기항 서비스인 ‘KCB’를 중단하는 대신, 상하이를 환적하는 PCI ANX CKX와 싱가포르를 환적하는 KI2로 치타공 서비스를 대체한다고 밝혔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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