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해운시장이 컨테이너선 부진과 벌크·탱크선 호조로 극명하게 나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컨테이너선은 공급과잉 해소가 쉽지 않아 당분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벌크·탱크선엔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장의 경우 완연한 회복세를 기대하는 건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노령선 대체 수요가 기대치를 밑도는 데다 친환경선 발주도 저조한 모습을 보이는 까닭이다.
“컨선시장 중장기적 개선여지 충분”
컨테이너선시장은 단기적으로 시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대형선 인도가 앞으로도 줄줄이 예고돼 있어 업황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양종서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보다 웃돌 것으로 기대됐던 물동량 증가율이 미국의 통상압력 등 악재 요인으로 전년보다 낮은 약 4% 내외에 그쳐 시황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컨테이너선의 신규 인도는 대형선인 반면, 폐선은 중·소형선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선복량 조절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5개월간 선복량 증가율은 3.2%에 이른다. 연간 5% 이상으로 예상되는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빠르다.
올해 상반기 컨테이너선 운임은 대체로 전년 동기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좀처럼 시황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평균 CCFI(중국발컨테이너운임지수)는 796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하락했다. 주요 노선의 SCFI(상하이운임지수) 역시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원양에서는 운임 하락세가 두드러진 반면, 근해에서는 상승세를 기록하며 대조를 보였다.
상하이-유럽의 상반기 평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806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9% 하락했으며, 상하이-미 서안 노선 평균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313달러로 전년 대비 15.9% 떨어졌다. 미국 동안 노선 역시 FEU당 2395달러로 12.9% 하락했다. 반면 상하이-동남아 평균 운임은 TEU당 9.9% 상승한 149달러, 상하이-한국 노선은 24% 오른 169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업황 회복의 걸림돌인 신규선박 공급은 향후 완화돼 중장기적인 시황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양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조선소들의 가동률 하락으로 선박신규 공급속도는 완화될 것으로 보이나, 수요증가 모멘텀이 약하고 상반기 인도된 선복량 영향으로 시황개선 기대감이 높지 않다”면서도 “이러한 추세는 단기적인 전망이며, 신규공급 압력이 약화되며 중장기적인 개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벌크선시장은 컨테이너선과 달리 올해 하반기 완만한 시황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통상압력 등의 영향으로 개선 흐름이 다소 둔화됐지만 선박 공급압력 약화로 시황이 나아질 거란 분석이다.
양 연구원은 선복량 증가율이 2%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수요 둔화에도 시황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상반기 중 시황개선 속도가 약화됐으며, 하반기에는 완만한 수준의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BDI(건화물선운임지수)는 뚜렷한 상승추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상반기 BDI 평균치는 25% 상승한 1214포인트로, 기대치를 밑돈다는 평가다. 1분기 중 상승했던 벌크선 용선료는 2분기 소폭 하락했다.
하반기 탱크선시장의 시황 전망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컨테이너선과 달리 선복량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며 시황 개선으로 이어질 거란 관측이다. 유조선은 수요가 공급을 약 1~2%p 상회해 하반기 시황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제품운반선 역시 비수기 영향과 수요 둔화 등으로 올 상반기 약세 시황을 연출했지만 하반기에는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선복량 증가율이 2% 이내에 그쳐 완만한 시황회복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조선시장 시황, 상반기와 큰 차이없어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나은 시황을 연출했다. 다만 상반기 업황을 완연한 회복으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조선업계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국내 조선업의 누계(1~5월) 수주량은 전년 대비 72.1% 증가한 410만CGT(수정환산톤수)를 기록했다.
1분기 수주량은 월 100만CGT 이상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4~5월엔 그의 절반인 50만CGT에 머물렀다. 연간 수주량 1000만CGT 돌파가 버거워 보이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은 지난 2013~2014년 각각 1800만CGT 1400CGT에 가까운 수주량을 기록한 바 있다.
상반기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실적 상승을 이끈 선종은 유조선 LNG선 대형컨테이너선이었다. 이들 선종은 상반기 수주량의 87%나 차지할 만큼 국내 조선사들의 주요 먹거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국내 조선시장은 전 세계 발주량 감소에도 한국 조선소로 일감이 집중된 결과, 전년 대비 16.8% 증가한 유조선 수주량을 기록했다. LNG선 역시 상반기에만 20척을 쓸어담으며 전년 대비 172.7% 폭증한 실적을 달성했다.
컨테이너선은 1만1000TEU급 1만4000TEU급의 집중 수주로 69만CGT 규모의 일감을 따냈다. 다만 고부가가치로 평가되고 있는 해양플랜트와 중국 조선소로 일감이 몰린 벌크선 수주 낭보는 들려오지 않았다.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6월 초 기준 수주잔량은 1696만CGT로 연초 대비 1.1%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소폭 개선된 수준의 시황을 연출한 조선시장은 하반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조선업황은 환경규제 대응, 노후선박 교체, LNG 등 에너지시장에 대한 기대감보다 복잡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SOx(황산화물) 규제 강화에도 선주들이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게 발주 수요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반기 또한 환경규제 대응방향이 명확해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신조선 발주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발주 수요는 상반기와 유사한 노후선 대체수요와 에너지와 관련한 상선 위주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2650만CGT, 680억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한국은 약 32%의 수주점유율로 850만CGT, 200달러 내외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