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공사(IPA)가 인천신항 배후단지에 조성하는 콜드체인클러스터 사업이 입주 기업 부재로 제동이 걸렸다. 에너지 재활용 전기료 절감 수도권과 가까운 위치 등 사업의 강점을 적극 홍보했던 IPA의 기대와 달리 콜드체인(신선물류) 업체들은 선뜻 나서기를 꺼려하는 모양새다.
17일 IPA에 따르면 2개월의 공모 기간 동안 콜드체인클러스터에 입주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곳은 단 1개 기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업마저 IPA가 제시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불발됐다.
IPA·가스공사, 2013년부터 냉열 활용 사업 추진
콜드체인클러스터는 올해 3월 IPA와 한국가스공사(KOGAS)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인천신항 배후단지 1구역 전체 면적 약 66만㎡(20만평) 중 23만㎡(7만평)에 콜드체인 사업 부지가 마련됐다. 인천항과 인접한 LNG생산기지에서 LNG를 기화할 때 발생되는 초저온 냉열에너지를 배후단지 내 냉동·냉장 창고에서 재활용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 내용이다.
가스공사는 지난 2013년부터 인천 LNG생산기지의 냉열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 끝에 IPA와 콜드체인 배후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2016년에는 두 기관이 MOU를 맺은 바 있다. IPA는 냉열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일반 전기 사용 대비 전기료를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친환경적인 면도 클러스터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콜드체인업계 “부지 면적·임대 비용 모두 부담”
하지만 업계 측은 IPA의 추진 사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정된 부지가 기업들이 소화할 수 없는 규모라는 점이다. IPA가 제시한 부지 면적은 크기별로 3개 타입으로 구성됐다. A타입이 가장 큰 약 5만7000㎡(약 1만8000평) 규모고, B타입 3만㎡(약 9000평), C타입 2만8000㎡(약 8500평)다. A타입엔 1곳, B·C타입은 각각 4곳씩 입주기업을 받는다는 계획이었다. 업계 측은 최소 면적인 C타입도 벅차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입주 희망 기업들이 나오지 않자 IPA에서 C타입의 절반 수준인 4000평 정도로 나눠 공모를 받겠다고 했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아예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입주도 가능하다고까지 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서 유치할 수 있는 물량이나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4000평의 부지도 힘들다는 의견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천항에서 처리하는 냉동·냉장 화물은 30~40만t 정도다. IPA가 제시한 부지 면적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물량을 끌어올 수 있는 대기업들만 소화할 수 있는 규모인 셈이다. 게다가 콜드체인클러스터 부지 임대료는 ㎡ 당 2000원을 웃돌아 부산보다 4~5배 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제시된 입주 정책이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LNG냉열 에너지 활용 아이디어 외에는 클러스터 운영이나 활성화의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한 냉동물류기업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수익이 예상되면 이미 대기업들이 모두 입주하고 중소기업들에겐 기회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LNG 냉열을 활용한 물류센터 사례는 유럽 등지에서도 시도했으나, 현재는 거의 철수하고 일본에 한 곳만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IPA는 사업 벤치마킹 목적으로 일본 요코하마 네기시에 위치한 세계 유일 LNG 냉열 활용 물류센터에 방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외국의 성공 사례 정도로는 기업들이 선뜻 큰 비용을 들여 배후단지 입주를 결심할 동인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천에 물동량이 많지도 않는데 (콜드체인클러스터가 들어서면) 기존 기업들과 경쟁만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기업 측면에서 볼땐 사업 검증이 이뤄진게 없다. IPA가 부지 임대에만 급급해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IPA는 업계 측 의견을 수렴하고 공모 내용을 보완해 오는 하반기에 다시 공모할 계획이다. IPA 관계자는 “부지 면적이 넓은 데 비해 물동량 확보가 불확실해 기업들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신항이 활성화되는 분위기긴 하지만, 현재 물동량 수준만 놓고 보면 기업들이 불안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IPA는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불확실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콜드체인클러스터 유치 자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물동량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업계 요구를 반영해 입주 기업 유치를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부지 규모도 물동량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재조정하고, 단계별 부지 공급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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