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가 몰아닥친 남미동안 지역이 물동량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SSE)에 따르면 5월11일자 상하이발 브라질 산투스향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118달러를 기록했다.
해운업계는 중국발 운임이 간신히 20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기침체 여파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17일 현재 한국발 운임은 지난달에 이어 1600~1700달러선에 머물러 있다. 수요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당초 예정돼 있던 운임인상(GRI) 계획도 월말이나 다음 달 중으로 미뤄졌다.
화물적재율(소석률)은 50~60%대로 급락한 선사가 있는 반면 평소와 비슷한 90%대를 기록한 선사들도 포착되는 등 스펙트럼이 다양했다. 남미동안향 화물들이 대체로 본선인도화물(FOB)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입 실화주들이 물류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인 FOB 특성상 해상운임이 조금이라도 낮은 선사에게 화물을 몰아주는 경향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운임마저 차이를 보이다 보니 적재율이 선사마다 천차만별이라는 평가다. 적재율이 높은 선사 관계자들은 5월 중순부터 수요가 회복되면서 선복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향후 전망은 안갯속이다. 중국발 수출물량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남미지역의 경기침체 여파가 수요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최근 국내 대기업들도 수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아르헨티나의 IMF 구제금융 신청에 따른 경제위기 여파가 물동량에도 조금씩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지난해와 올 연초까지 2000~3000달러를 호가하던 남미동안 항로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미서안도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발 남미서안향 운임은 400~500달러선에 머물러 있다. 수요가 부진한 탓에 운임인상은 다음 달로 미뤄진 상황이다. 특히 이 항로에 투입되던 평균 9000TEU급의 대형 선박들이 5000TEU급의 중형 선박으로 일부 대체된 건 이목을 끄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남미서안향 선박에 유휴선복이 발생하면서 일부 선사가 선복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선복을 줄여 운임인상을 꾀하겠다는 심산이다.
화물적재율은 평균 90%대를 이루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1사분기(1~3월) 선적 물량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지난달부터 서안향 수요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카리브항로는 시황부진 여파로 추가 선대 투입이 미뤄진 게 화젯거리다. 머스크라인이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하면서 함부르크수드는 기존 컨소시엄 ASCA(함부르크수드 CMA-CGM 하파크로이트 코스코)에서 탈퇴하고 머스크의 ‘AC5’ 서비스에 6500TEU급 자사 선박 11척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요침체가 심각해지면서 함부르크수드와 머스크의 합작서비스는 미뤄진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AC5는 8500TEU급 선박 2척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사 관계자는 “중남미항로가 1분기까지는 양호했는데 2분기부터 수요부진이 심각해지면서 시황이 악화되고 있다.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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