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S는 실시간 선박 위치추적 기술이라 보시면 됩니다. EDI(전자문서교환)로는 가시성(visibility)을 확보할 수 없죠. AIS 기반의 화물추적이 가능해지면 수입화주들의 물류 만족도가 상당할 겁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물류 4.0’이 해운물류업계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선박의 실시간 위치추적 기술을 구현하는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s, 자동식별시스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AIS 기술은 선박에 탑재된 GPS와 통신기술(3G 4G) 등을 활용해 운항 중인 선박들의 기본정보부터 기항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 또 항만혼잡이나 중국의 해무 현상 등을 파악해 선박의 입항시간도 예측할 수 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알려주는 웹사이트 머린트래픽이나 베셀파인더가 대표적이다. 스위스계 물류기업 퀴네앤드나겔에 몸담고 있는 박규남(Kevin Park) 상무는 국내 물류업계가 물류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AIS 이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린트래픽으로 바라본 부산신항의 실시간 운항정보. 지도 위 선박모형을 클릭하면 선박의 기본정보와 기항지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 자료:머린트래픽 캡처화면 |
▲베셀파인더로 바라본 부산북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의 실시간 모습. 머린트래픽과 마찬가지로 선박의 기본 정보와 운항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 자료:베셀파인더 캡처화면 |
美 해운물류 현장서 가시성에 눈떠
박 상무는 23년간 해운물류업계에 종사한 물류 전문가다. 그가 AIS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처음으로 몸담았던 미국계 해운사 APL에서였다. 박 상무는 당시 최대 화주였던 나이키 닌텐도 보잉 등의 화물을 취급하면서 선박의 가시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특히 소비국가인 미국의 특성상 수입화주의 물류 만족도가 중요했다고.
“사회생활을 APL에서 시작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보급되던 1994년이었죠. 당시 APL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선적된 화물의 기초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제가 맡은 미국 수입화물의 대부분이 APL 선박에 예약됐습니다. 화주들이 ‘운임’만 좇았다면 APL과 얼라이언스를 맺은 타 선사를 이용했을 겁니다. 당시 타 선사는 컨테이너당 50~100달러가 저렴했거든요. APL의 이용률이 높았던 건 가시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라 봅니다.”
박 상무는 당시 홍콩-시애틀 노선 서비스에서 APL이 타 선사보다 선복 할당량이 많은 점과 시애틀 터미널에 온독(부두내)철송서비스가 마련된 게 화주들의 입맛을 충족시킨 점도 있지만 전체 수송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가시성 자료가 APL에서만 제공된 게 화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출발·도착 스케줄의 정확도가 너무 떨어지는 게 흠이었다고 회고했다. EDI에 의존하는 스케줄이 항만 혼잡과 기상문제 등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
가시성의 중요성에 눈을 뜬 그는 해운사 생활을 정리하고 IT기술 도입을 본격화하던 APL의 물류계열사 APL로지스틱스와 DHL글로벌포워딩(DGF)을 차례로 이직했다. IT기술을 활용한 가시성 개발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류인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DGF에서 영업맨으로 활약하던 당시 대형 화주들을 대거 유치할 수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화주들이 차례로 떠났다고 한다. 오래된 IT기술을 고집하다보니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아직도 당시 화주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넌 정말 좋은 영업사원이지만 물류서비스가 기대 이하다. 더 이상 물건을 맡기기 어렵다’는 내용이었죠. 힘들게 화물을 유치해도 화주가 만족할만한 물류솔루션이 없으면 노력이 물거품 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코드명 통일로 가시성 개선해야
박 상무는 2009년부터 삼성SDS에서도 몸담았다. 삼성SDS에서 그는 물류 컨설팅과 함께 기존 솔루션 품질 개선에 나섰다. 특히 3자물류사업 플랫폼의 데이터코드명(UN/LOCDE) 표준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삼성SDS가 약 2조원을 투입해 자체 개발한 글로벌로지스틱스포르토(GLP) 시스템이 한 항만을 두고도 코드명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큰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 그는 GLP 시스템의 품질 개선을 위해 코드명 표준화로 중복되는 코드명을 약 64% 줄였다고 한다.
“가령 중국 톈진항만 놓고 보면 항만코드명이 3개입니다. TXG XIN CNTXG 등이죠. 톈진항이 신강으로도 불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코드명 차이를 모르는 화주들이 코드를 잘못 기입하면 B/L이 잘못되거나 수송이 잘못될 수도 있습니다. 가시성이 효과를 보려면 코드명 표준화부터 선결돼야 합니다.”
박 상무는 국내 수출화주들이 수입실화주(컨사이니)의 물류서비스 만족에도 신경 써야 한다며 선박의 정확한 입출항 스케줄을 확보하기 위해 AIS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S는 가시성을 활용하기 때문에 화주부터 로드트랙터 기사까지 모두가 만족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AIS 도입이 초입단계라 선박 스케줄 향상을 기대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AIS를 대대적으로 활용해 항로별 스케줄 정시성도 개선해야 합니다. 여전히 많은 화주들이 낮은 운임에 매달리지만 AIS로 정확한 스케줄을 파악할 수 있다면 화주들은 변화를 보일 겁니다. 이제 AIS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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