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인상(GRI)을 받쳐줄 만한 호재가 없다. 수급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여기저기서 신규 노선을 개설하니까 GRI는 고사하고 운임이 내려가고 있다.”
한창 성수기효과를 맛봐야 할 국적 선사들이 수요약세와 외국적 선사들의 신규 노선 개설에 침울한 모습이다. 해운업계는 지난해와 비교해 선적하는 화물량이 현상유지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발 운임은 지난달에 이어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지만 일부 노선에서 신규 서비스가 개설되면서 공표 운임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태국 노선은 19일 현재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노선은 4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9일 선사들이 낮은 운임을 회복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TEU당 100달러 규모의 GRI는 수포로 돌아갔다. 한 선사 관계자는 “베트남·태국 노선의 가이드운임이 200달러대다. 호찌민은 가이드 운임에 비슷하게 거래되지만 하이퐁 노선은 최근 완하이라인의 신규 노선 ‘JKH’가 개설된 영향으로 제값에 운임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JKH’ 서비스는 부산북항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DPCT), 울산항 정일울산컨테이너터미널(JUCT), 광양항 SM상선광양터미널(SMGT)을 차례로 거친 후 대만 지룽·가오슝, 베트남 하이퐁을 기항한다. 부산북항에는 매주 토요일, 울산항과 광양항에는 일요일에 입항한다.
완하이라인이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자 장금상선도 이 선사의 선복을 이용하는 서비스를 22일부터 개시했다. 신규 항로 개설로 해운업계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대만-하이퐁을 기항하는 노선에서 장금상선이 완하이라인의 선복을 이용한다고 들었다. 대만-하이퐁 노선은 시장운임이 계속 내려가는 추세인데 추가로 서비스를 개설한다고 하니 운임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140달러대에 머물렀던 중국발 동남아(싱가포르)행 운임은 4월에도 유지되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4월13일자 상하이발 싱가포르행 운임은 142달러로 한 달 전부터 횡보를 보이고 있다.
화물적재율(소석률)은 월초(1~2주차) 60~70%대에 머물렀지만 월말(4주차)로 가면서 90~100%에 가까운 실적을 신고했다.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성수기치고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않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며 “소석률이 통상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4월부터 본격 운항에 들어간 일본 정기선 3사 통합법인 ONE의 출범도 해운업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ONE는 부산발 필리핀향 직기항 서비스를 선보여 필리핀 화주 유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ONE 관계자는 “대부분의 필리핀향 서비스가 부산-상하이-필리핀 순으로 기항하다보니 중국에서 지체현상을 빚어 기항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며 “ONE이 출시한 서비스는 상하이를 거치지 않고 부산에서 필리핀까지 직기항하며 3일이면 도착한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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