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항은 미 북서안지역에 위치한 중소형 항만이다. 수심이 14m에 불과해 최대 5000TEU급 선박만 접안할 수 있지만, 미국의 대형 철도운송사인 BNSF와 UPRR이 부두 내 내륙철송 서비스를 제공해 ‘틈새항만(niche port)’으로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과거 파나막스급 선대를 주력으로 운용하던 국적 외항선사와 물류기업들은 컨테이너부두인 터미널6의 내륙 철도운송 서비스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터미널6의 부두운영사 ICTSI와 항만노조 ILWU간 노사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선사들은 포틀랜드와 작별을 고했다. 텅 빈 부두를 메우기 위해 항만청과 노조는 다시 한 번 의기투합에 나섰다.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포틀랜드항만청 켄 오할렌 국장
(사진 왼쪽)과 더글러스 스미스 부장을 만나 틈새항만, 포틀랜드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이번 방한 목적은?
포틀랜드항만청은 정기적으로 한국계 주요 선사와 수출업체 등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주로 거래관계에 있는 고객과 잠재적 고객을 유치하는데 힘쓰고 있다.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없어지면서 한국계 선사를 유치하기 어려워졌지만 미주항로를 기항하는 국적선사들은 여전히 포틀랜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래전부터 신뢰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로로(RORO)선을 정기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Q. 터미널6에 대해 소개해 달라.
1974년에 개장한 터미널6은 컬럼비아강을 따라 도선으로 100km를 들어가야 한다. 부지는 컨테이너야드장(CY), 완성차 장치장, 일본 혼다차 수입기지, 온독 인터모덜로 구성된다. CY만 놓고 보면 안벽길이 869m 3선석(603 604 605부두)이며, 대지면적은 컨테이너야드가 50만6000㎡, 온독 인터모덜(부두내 철도운송)용이 21만㎡(8트랙)다.
하역장비는 갠트리크레인 7기(포스트파나막스급 4기), RMGC(레일형크레인) 4기, 620개의 리퍼(냉동냉장)컨테이너를 장치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특히 최대 철송사인 BNSF와 UPRR가 컨테이너야드장 바로 옆에 있어 미국 내륙운송의 핵심인 철송에 강하다. 미국 중부와 동부지역으로 화물을 수송할 때도 거쳐야 하는 곳이 포틀랜드다.
선석 생산성은 과거 ICTSI가 터미널을 운영하면서 크게 악화됐지만 항만청이 운영을 다시 맡으면서 옛 수준까지 회복하고 있다. 현재 터미널6은 다목적부두로 활용되고 있으며, 중량물(브레이크벌크) 중 철강제품이 많이 처리되고 있다.
▲켄 오할렌 국장과 더글러스 스미스 부장이 터미널6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
Q. 신규 취항에 관심을 보이는 선사가 있다면?
지난 1월부터 호주계 선사 스와이어쉬핑이 월 1항차로 포틀랜드를 찾고 있지만 터미널6을 가득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한국계 국적외항선사와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한국 선사들이 기항하길 희망한다. 틈새항만으로서 한국계 선사들이 기항하기에 가장 적합한 부두시설이라 본다. 특히 인근 LA나 롱비치 시애틀은 선박들이 연안 주변을 대기하면서 체선이 심화되고 있다. 하역작업도 지체되면서 트럭 혼잡도 가중되고 있다.
이에 비해 포틀랜드는 체선문제로부터 자유롭고 고품질의 하역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다. 한국 선사 관계자들은 니치포트인 포틀랜드의 장점을 가장 잘 알 거라 믿는다.
Q.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면서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적 사안이라 정확한 답변은 힘들다. 다만 각종 비관세장벽이 완화돼 물류의 흐름이 계속되길 희망한다. 미국도 보호무역의 여파로 피해를 입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두 수출이다. 중국산 철강제품에 관세를 올리자, 중국은 콩이나 대두에 고율의 관세를 매겨 수출물량이 급감했다. 대두 생산자들로선 근심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역분쟁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아직은 그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
Q. 독자에게 한 마디.
정기선사들이 터미널6의 우수한 선석 생산성을 눈여겨봐줬으면 한다. 포틀랜드항만청은 선사들의 관심과 물량 유치 정도에 따라 인센티브제도 등 각종 금전적 행정적 지원을 병행할 것이다.
또 한국 제조업체들이 포틀랜드항 인근 배후단지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일본계 제조업체들은 이미 포틀랜드에 공장을 세워 미국 내수물량을 생산하거나 제3국으로 화물을 역수출하고 있다. 자동차기업인 스바루와 전자업체인 엡손이 대표적이다. 제조업체들이 공장을 설립하면 선사들은 화주를 확보할 수 있고, 항만청도 화물을 확보해 ‘윈윈’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교통망과 우수한 하역서비스를 보장하는 포틀랜드에 한국 기업인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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