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항만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월 스마트항만 태스크포스팀을 구축하고 부산 신항 2-4~6단계와 인천 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에 완전 무인 자동화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부산항만공사(BPA)도 '부산항 미래비전'을 선포하고 지능화·자동화 혁신을 통한 스마트항만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스마트항만은 국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항만 자동화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여러 연구소 및 기관에서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신기술 도입과 혁신을 통해 올바른 의사 결정과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항만'을 의미한다. 장비의 자동화를 의미하는 '로보틱 항만' 단계부터 사물 간 연결이 가능한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운항도 이뤄지는 지능화 단계까지 모두 아우를 때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국내에는 부산·인천항의 총 8개 컨테이너 터미널이 반자동화로 운영되고 있어 항만 완전 자동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달 28일 개최된 '자동화 항만 구축 정책토론회'에서도 부산항의 완전 자동화 항만 구축 계획을 두고 각 관련 기관이 팽팽히 맞섰다. 부산항 노조 측은 해수부의 완전자동화 전략에 반기를 들었다.
노조 측 한국항만운송노동연구원 임동우 원장은 "부산항 완전 자동화를 2021년부터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전 자동화가 도입될 경우 기존 컨테이너 터미널 항만 하역 야드 투입 인원인 2097명의 약 88.8%인 1862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한, 자체 연구 결과 무인 자동화 터미널은 해외 사례를 볼 때 기존 반자동화 터미널보다 인프라 구축 및 장비 비용이 2배가량 더 비싸며 버그나 오작동 문제로 생산성도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덜란드, 미국 등 타국의 완전 자동화 항만에서도 노사 분규가 발생했고, 아직 공론화 단계임을 고려할 때 도입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기존 노동자의 실직 대책 마련, 시스템 효율성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에서 노사정상설협의체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상희 실장은 항만 완전 자동화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실장은 2015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의 APM터미널을 시작으로 2016년 미국 롱비치항, 지난해 중국 양산항 등 완전 자동화항만의 사례를 들며 항만 자동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 말했다.
또한, 자동화로 인해 기존 일자리의 약 50%가 감소되지만, IT 및 시스템 유지 보수 방면에서 새 직종들이 생겨나 1075.8명의 고용 창출이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생산성 문제는 각 항만별로 수요, 물리적, 운영 조건을 동일하게 설정한 뒤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 항만의 생산 실적을 자동화 시스템 성능의 객관적인 판단 근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최 실장은 "지금은 스마트항만으로 향하는 과도기적 시기다. 일자리, 인력 부분을 점진적으로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만 인력들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 기능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항만 자동화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임대료 상승 우려
터미널 운영사 측의 입장은 사안마다 조금씩 달랐다. 반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터미널 운영사들은 자동화 시스템의 인건비 절감 효과와 효율성 면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인천신항 터미널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항만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현재 사용 중인 반자동화 시스템도 효율적이고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야드의 레일형 자동화 크레인(ARMGC)으로 작업하면 안전사고가 거의 나지 않는다. 기존 방식으로는 사고 발생이 잦았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YT(야드 트랙터) 인력 수급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인력 당 근무시간이 단축되면서 YT 운전 인원을 늘리는 것이 어려웠지만,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확장한 후 해당 문제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한, 화물 하역 시간이 기존 30분에서 10~17분 정도로 감소했다며 자동화 시스템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항만 완전 자동화 정책의 시기, 절차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터미널 운영 측면에서 세계적인 항만 흐름에 부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시범운영, 효율성 검증 기간 없이 진행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 이미 완전 자동화를 구축한 해외 항만들은 시스템 시험기간을 거쳤다. 현재 해수부의 정책엔 시범운영 관련 내용이 없다.
부산신항 터미널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시 드는 비용이나 유지 보수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신항 2-5단계 구간의 상부구조 건설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빠른 판단과 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투입되는데, 부두 임대료를 지불하는 터미널 운영업체들은 임대료 상승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 안정화 문제도 제기하면서 "부산항은 로컬 화물과 환적 화물이 절반씩 차지하는데, 이런 특성에 완전 자동화 방식이 적합한 지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경솔한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오히려 터미널의 신뢰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