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사드 사태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국내 해운사들이 또다른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발표한 ‘폐기물 수입규제’가 올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컨테이너 선사들의 중국행 서비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운사들 中 정부 규제에 속수무책
중국으로 폐기물을 보내는 해운사들이 중국 해관(세관)의 규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중국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원자재로 쓸 수 있는 폐기물을 수입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더 이상 외국으로부터 폐기물을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4월엔 ‘외국쓰레기 수입금지 및 고체 폐기물 수입관리제도 개혁 실시방안’ 제도 통과가 예상돼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사들은 폐기물을 주로 인천항이나 평택항을 통해 중국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하지만 규제 이후 화물을 중국으로 보내도 현지 수입자가 찾아가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는 사태가 늘어만 가고 있다. 폐지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수입규제로 중국 측 수입자가 벌금이나 사업면허 박탈을 우려해 주문을 보류하거나 취소하고 있는 것.
중국에서의 통관이 지연되거나 막히다보니 결국 컨테이너 야적장(CY)에는 컨테이너 박스만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몇 달씩 묶인 화물이 상당수 있어 보관료만 누적되고 있다는 게 선사 측의 전언이다.
중국 해관 측은 컨테이너가 계속 쌓이자 반출을 요구하며 선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화물을 가져가지 않을 경우 입항을 불허하겠다며 선사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 우리나라로 다시 폐기물을 갖다놓아도 문제가 따른다. 선사 관계자는 “화물을 찾아가지 않아 문의해보니 수입자가 잠적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다른 수입자를 찾는 것도 어렵고 폐기를 해도 비용이 발생해 화물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라며 하소연했다.
결국 중국 정부의 행보에 선사들은 규제가 덜한 항만으로 화물을 보냈다. A 항만의 통관 강도가 높다면 규제가 덜한 B 항만으로 화물을 실어날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대부분 항만에서 규제 강도를 더욱 높이는 바람에 선사들은 화물 수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소 스크랩 선적 비율이 70~80%였던 선사들은 대체 화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 관계자는 “인천·평택발 중국행 컨테이너 서비스를 하는 선사들이 영향을 크게 받았을 것”이라며 “규제가 완화될 거란 소문이 돌고 있지만 아직도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英 드류리 “中 수입규제, 북미항로 수송에 악영향”
중국 정부의 수입규제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해운업계가 어려움에 빠졌다. 영국 드류리는 중국의 수입규제가 컨테이너 선사들의 물량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류리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폐휴지와 플라스틱을 약 3000만t 800만t 가량 수입해 왔다. 전 세계의 수입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막대한 양이다.
중국으로 가장 많은 폐기물을 보내는 국가는 미국이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폐기물은 625만TEU에 달한다. 이중 80%인 약 500만TEU가 미국 영국 일본으로부터 수입됐다. 24가지 수입금지 품목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폐지와 폐플라스틱의 경우, 각각 연간 78만TEU 21만TEU에 달해 북미항로 수송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JOC(저널오브커머스)는 미국 폐기물 수출물량의 약 70%를 중국이 소화해왔던 터라 특히 중국-미국항로에 대한 화주 및 선사들의 우려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고기 등 중국의 식료품 수입 증가로 중국행 컨테이너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중국의 미국 소고기 수입량은 80만t을 돌파했다. 10년 전 6000t과 비교해 133배 폭증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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