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라인이 IBM과 합작해 자사 리퍼(냉동냉장)컨테이너 1000만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컨테이너 모니터링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한 획을 그을 새로운 물류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 입니다.”
선박조명 전문 기자재업체인 극동일렉콤이 항만 터미널에서 리퍼컨테이너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 항만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선박조명으로 시작한 회사지만 오랫동안 축적한 기술과 전문 연구인력으로 ‘리퍼컨테이너 모니터링’이라는 신 성장동력 발굴에 성공했다.
이종기 대표는 “세계 해운항만시장이 만족할 수 있는 냉동컨테이너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극동일렉콤의 모니터링 시스템이면 터미널운영사들이 2시간마다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영실상 수상으로 제품경쟁력 인정
극동일렉콤은 지난 2016년 부두 장치장에서 리퍼컨테이너 내부의 온·습도와 전기사용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EM-RCS(에너지모니터링 리퍼컨테이너소켓)’를 개발해 국내 최고 기술기관의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이 제품은 전 세계 특허로 불리는 ‘P.C.T’도 인정받아 미국과 중국에서도 출원이 확정돼 기술을 보호받고 있다.
전 세계 항만 터미널은 리퍼컨테이너를 관리하기 위해 플러그를 꼽고 온·습도 등을 설정하는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악천후에도 화물 손상을 막기 위해 현장 근로자들은 밤낮없이 두세 시간마다 수시로 투입된다. 터미널로선 근로자의 안전과 비용문제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 관련 모니터링 개발업체들은 터미널 운영실에서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대체로 리퍼컨테이너에 설치된 전력선 모뎀에 주목했다. 하지만 전력선 모뎀은 과부화되기 일쑤였고, 노이즈와 통신장애, 모뎀설치에 따른 투자비용 증가 등으로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극동일렉콤은 모뎀 대신 냉동컨테이너에 장착된 데이터포트에 주목했다. 데이터포트의 신호를 분석해 모든 신호를 하나로 변환시켰다. 연구진의 노력 덕분에 저렴한 비용에 높은 정확도를 구사하는 새로운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을 성공했다.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건 극동일렉콤의 최대 고객인 아랍에미리트계 글로벌 터미널운영사(GTO)인 DP월드였다. DP월드는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항의 완전자동화터미널인 터미널3에 극동일렉콤의 EM-RCS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전격 도입해 터미널 운영실에서도 컨테이너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게 됐다. 뒤이어 반자동 터미널인 터미널1·2에 제품을 공급했고, 올해 본격 개장을 앞둔 터미널4에도 EM-RCS 공급을 확정지었다. 이외에도 세네갈 다카르항에 위치한 DP월드의 터미널에 이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EM-RCS(왼쪽 사진)는 리퍼컨테이너의 온도와 습도 조절 및 전기사용량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은 EM-RCS 계기판. |
이 대표는 “DP월드가 극동일렉콤이 개발한 EM-RCS를 본격 도입하면서 장치장에 인력을 투입하는 번거로움을 덜게 됐다. 또 리퍼컨테이너 장치일수에 따라 일체화된 요율을 수취하던 과거와 달리 전기를 많이 사용한 화주와 그렇지 않은 화주에 차별화된 부두사용료를 걷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M-RCS에는 계기판이 설치돼 있어 전기 사용량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사용량에 따라 개별 고객에게 적합한 이용료를 청구할 수 있어 터미널영업에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터미널운영사의 운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컨테이너에 플러그를 꽂으면 화물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플러그가 뽑히면 즉시 터미널 운영실에 알람이 울려, 미연의 사고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EM-RCS 국내 상륙위한 원년 삼을 것”
정확도는 모니터링 시스템의 최대 경쟁력이다. 극동일렉콤은 70%에 불과했던 모니터링 시스템의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했고 최근 터미널2에 납품한 모니터링 제품의 정확도를 95%까지 개선시켰다. 터미널2는 머스크라인이 주력으로 기항해 DP월드가 집중 관리하는 곳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컨테이너 모니터링 시스템은 항만자동화를 위한 첫 걸음이다. 경쟁사보다 연구개발에 집중한 덕분에 올해 제벨알리항 터미널4에 납품되는 모니터링 정확도는 99%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DP월드가 해외 자사 터미널까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전격 도입한 건 극동일렉콤의 제품을 신뢰했기 때문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신선화물이나 의약품과 같은 고부가가치 화물이 급증하고 있다며 냉동컨테이너 모니터링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화물가치가 높은 만큼 터미널운영사의 책임감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외 항만에선 리퍼컨테이너를 장치했다가 현지 인력의 실수로 플러그가 뽑혀 화물이 손상됐다는 사례가 더러 있다고 들었습니다. 컨테이너에 실린 화물의 가치가 얼마냐에 따라 1000만원짜리 공컨테이너가 수억원까지 불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아찔하지 않습니까?”
올해 극동일렉콤은 부산신항 주요 터미널운영사에 EM-RCS를 공급하기 위해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있다. DP월드가 인정한 우수한 기술력으로 국내 주요 터미널에도 리퍼컨테이너 모니터링 시스템을 상용화하겠다는 각오다.
“DP월드는 첨단기술에 대한 신뢰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특히 휴먼에러(사람에 의한 오류)를 가장 싫어한다고 하더군요. 그런 업체에서 저희 제품을 적극 도입한 만큼 제품의 우수성은 이미 입증됐다고 봅니다. 국내 주요 터미널업계가 리퍼컨테이너 모니터링 시스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국내영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자율주행선박 ‘컨’모니터링 시스템 개발도 채비
극동일렉콤은 항만 터미널에 EM-RCS를 상용화하는 데 이어 중장기 사업계획으로 선박에서 화물내부를 관리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토털모니터링 리퍼컨테이너소켓(TM-RCS)’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TM-RCS는 기존 터미널에서만 확인할 수 있던 거래정보·온도·습도·진동·전기요금 등의 종합 정보를 항해 중인 선박에서도 점검할 수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개발 논의단계 수준에 머물러있다. 특히 해운업계의 4차 산업혁명으로 지목되는 자율주행선박이 본격화되려면 이 기술이 상용화돼야 한다.
최근 머스크라인과 IBM의 합작투자와 삼성SDS가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개발한 물류플랫폼 ‘첼로(Cello)’도 TM-RCS와 비슷한 사업모델이다. 특히 머스크라인은 IBM과 리퍼컨테이너 1000만개에 센서를 내장해 물건의 이동경로와 화물 상태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컨테이너 한 개당 100만원을 가정하면 약 1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다.
극동일렉콤 이종기 대표는 항만 터미널에 납품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투자비용이 머스크라인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되는 점을 내세워 세계 해운항만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머스크라인의 세계 해운시장 점유율이 30%라고 가정하면 나머지 70% 선사의 컨테이너는 저희에게 새로운 기회입니다. 통합 리퍼컨테이너 시스템 제어장치는 훗날 해운시장에서 떠오르는 사업모델이 될 것입니다. 극동일렉콤이 머스크라인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으로 TM-RCS를 개발해 해운업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겠습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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