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에선 개방 문제가 이슈다. 지난 17~18일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열린 한중해운회담에서 양국 정부는 항로의 점진적인 개방에 합의했다. 선사단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 한중카페리협회에서 개방의 로드맵을 마련하면 이에 맞춰 정부가 협의해 개방 일정을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항권으로 운영되던 한중항로가 드디어 빗장을 푸는 셈이다. 아울러 군산-스다오 카페리노선의 확대, 대산-룽옌 카페리노선의 연내 신규 개설 지원도 합의를 봤다.
양국정부의 이번 개방조치는 12년 전과 닮은 듯 다르다. 지난 2005년 11월9일 중국 다롄(大蓮)시에서 열린 해운회담에서도 항로 개방이 결정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컨테이너항로를 2009년부터 개방하고, 카페리항로를 3년 뒤인 2012년에 개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성사되지 못했다. 2008년 9월 터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배경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해운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자 양국은 꺼내들었던 개방 카드를 다시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12년 전과 다른 점은 개방의 방식이다. 당시엔 일시에 문을 활짝 여는 완전 개방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이번엔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개방 합의로 인천지역도 웃음을 띠고 있다. 그동안 인천은 신항의 활성화를 위해 항로 개방을 요구해왔다. 해운회담을 앞두고 해수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인천지역만 유일하게 항로 개방에 찬성 의견을 냈다. 군산은 군산-스다오 카페리선 추가투입, 서산은 대산-룽옌 카페리항로 개설, 부산은 부산-루산(乳山, 산둥성 웨이하이시) 카페리항로 개설 등을 요구했다. 회담에서 부산지역 안건을 제외하고 모두 수용이 된 셈이다.
인천은 미주-유럽-인천-중국 노선과 중동·동남아-인천-중국 노선을 우선 개방하고, 현재 항차당 650TEU 이하로 싣게 돼 있는 적취량 상한선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적선사들은 항로 개방 조치에 긴장한 모습이다. 소석률(선복당 화물적재율)이 50%를 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항로 개방이 이뤄질 경우 자칫 항로의 주도권이 중국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다. 선사 관계자는 “일중항로를 중국선사들이 모두 장악한 것처럼 한중항로도 관리항로에서 완전경쟁항로로 전환될 경우 국영기업이 대부분인 중국선사들만 살아남는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동량은 연초 소폭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1월은 전통적인 한중항로의 비수기로 분류되는 데다 최근 원화강세로 수출화물 감소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운임은 약보합세를 띠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서 1월12일 발표한 수입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0달러로, 한 달 전에 비해 4달러 하락했다. 수출운임은 20달러를 유지했다.
물동량은 지난해 11월까지 수출 감소, 수입 증가의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수출화물의 감소 폭은 크게 둔화됐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11월 한 달 한중항로 물동량은 작년과 같은 27만1383TEU였다. 이 가운데 수출은 1.8% 감소한 10만6189TEU, 수입은 1.2% 늘어난 16만5194TEU를 기록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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