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을 포장하는 박스 개수 추이를 파악하면 회사의 영업실적이 한눈에 보입니다. 가령 저희 회사 구매팀의 소주박스 매출을 비교해보면 올해 소주 판매실적을 알 수 있죠.”
대학에서 경제학도의 길을 걸었다는 바이펙스 영업팀 정도민 팀장은 그룹 계열사 물량을 주선하고 부두 CFS(화물집하장) 현장을 드나들면서 국내외 경기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운을 뗐다. ‘소주박스’라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영업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그의 설명은 인상적이었다.
바이펙스는 부산 Bn그룹의 물류자회사로 그룹 계열사가 생산한 철강재 조선기자재 화학제품 주류(소주) 등의 물류를 맡고 있다. 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향 화물을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 미주향 자동차부품 수출에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모기업인 Bn그룹은 부산에서 지역 향토 소주브랜드인 대선·시원소주 등을 생산하는 주조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내 ‘핵심 허리’로 통하는 정 팀장은 입사 7년차의 열정 가득한 영업맨이다. 그는 영업노하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영업·업무·타이밍이다. 제아무리 영업에 공을 들여도 업무와 타이밍이 받쳐주지 못하면 모두 물거품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3박자와 함께 화주의 요청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피드백역량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주로선 물류비를 알아야 제품단가 견적을 낼 수 있어요. 포워더의 피드백이 늦어질수록 (화주는) 해외시장에서 판매할 제품의 적정단가 책정이 어려워집니다. 가격경쟁력 확보에 최선일 수밖에 없는 제조기업들이 포워더에게 까다롭게 구는 이유죠. 포워더는 저렴한 물류비용 외에도 선복량 확보와 화주들이 선호하는 작업일정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업맨으로서 지키는 남다른 철칙도 있다. “저는 신규영업으로 따낸 화물이 첫 작업에 들어가면 무조건 현장을 가봅니다. 첫 작업에 의미를 많이 두다보니, 화물 상차 후 운송될 때까지 지켜보는 편이에요. 해당 업체가 수출물량이 늘어나면 감사의 인사를 전하실 때가 있는데 그때 굉장히 보람찬 기분이 듭니다.”
화물 납기일을 지켜 화주와의 신뢰를 공고히 한 에피소드도 있다. “저희 그룹의 계열사에서 제조한 철강제품이 납기일 문제로 걸려 있었어요. 자칫 현지 화주의 제품 생산라인이 올스톱되는 초유의 상황이었죠. 항공수출은 비용문제로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긴급항공편을 띄우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손실이 불가피했지만 화주와의 신뢰는 더 굳건해질 수 있었습니다.”
파란만장했던 2017년을 뒤로 하고, 정도민 팀장은 새해 목표를 ‘미주시장 강화’와 ‘냉동냉장(리퍼)화물 유치’로 내걸었다. “아직 활성화하지 못한 미주시장을 공략해 포워딩역량을 한껏 펼치고 싶습니다. 리퍼화물 유치도 도전과제입니다. 과거 리퍼화물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온·습도도 체크해야 하고 일반 컨테이너 업무와는 달라 새롭더라고요. 마진도 많이 남고요.(웃음) 새해에는 미주시장 영업 확대와 지역 특산물 같은 리퍼화물 영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싶습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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