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내항 10개 터미널 운영사(TOC)의 통합과정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내항 10개 TOC로 구성된 인천항만물류협회와 인천항운노동조합은 지난 8월에 마련된 최종 통합방안에 따라 TOC 통합을 담판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11월 열린 노사간 첫 회의에서 상호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한 시간 만에 끝났다.
인천항운노조는 ▲내항 TOC 통합 시 인위적인 구조조정 불가 ▲통합 이후 적정 조합원 유지 ▲현장관리사무소 편제 운영 ▲항만인력공급체제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과 임·단협 기존협약 유지 등을 노사 협의 전제 조건으로 통합을 거부했다. 사측은 운영사간 내부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리된 의견을 전한다는 입장이다.
항만업계는 내항 TOC 통합이 부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내항 운영사들은 벌크화물 처리량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감소하면서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여기에 인천 남항과 북항이 이 시기에 속속 개장하고, 평택항까지 성장하면서 물량들은 대폭 분산됐다.
더 큰 문제는 내항 TOC가 대부분 동일 화종을 처리해 자연스레 하역료 치킨게임으로 이어지는 점이다. 한때 인가요율의 40~50%까지 떨어지기도 했던 하역료는 큰 폭으로 회복됐지만, 기업들의 채산성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터미널운영사를 하나로 남기는 게 가장 효율적이지만, 운영사마다 이해관계가 있어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며 “운영사가 난립하거나 분리될수록, 효율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인천지역에서 성장한 명분 탓에 TOC들이 쉽게 통합에 나서지 못하는 점도 있다. 10개 부두운영사 중 3개사는 역사가 70년이 넘은 인천지역 향토기업이다. TOC를 하나로 단일화하면 대표 운영사가 불분명해지고, 기존 브랜드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점이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또 지분 인력조정 기간산업 등의 문제로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인천항운노조도 통합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섣부른 구조조정이 내항을 위기로 내몰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각종 이해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TOC들은 화물 처리량 감소로 인한 매출 부진이 심해져 통합이 불가피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인천신항 개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내항 부두 10곳 중 7곳은 지난해 적자를 신고했다. 3년간 적자규모는 192억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0개사는 내년 5월1일 통합법인을 본격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20년간 모아온 항만현대화기금을 적극 활용해 항만산업의 위기 극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항만현대화기금은 1997년 부두운영사 시행과 함께 항만근로자 상용화에 따른 고용 안전성 제고 등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하역료의 0.5~1%, TOC 임대료의 10%를 적립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849억원이 쌓였다.
항만업계는 “정부가 정리되는 부두에서 일하던 근로자에 명예퇴직 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호소했고, 항운노조는 “내항 재개발, 인천신항의 인력 재배정, 국제여객터미널 개장 문제 등이 맞물려 있다”며 인력 조정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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