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 해 우리 해운업계에선 한진해운의 파산이란 사상 초유의 아픔을 겪었다. 그와 함께 한진해운을 계승한 SM상선이 신생선사로 등록하고 원양항로 선사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창업자인 조중훈 회장이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기업이념으로 설립한 한진해운은 지난 2월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파산부의 파산 선고와 함께 40년 해운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한해운공사까지 포함할 경우 68년이란 장대한 역사가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8월 말 법정관리 신청 당시 세계 7위 선사로 세간에 알려졌지만 과거엔 한 때 빅3 선사로 통하던 시절도 있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1998년 1월1일 발표된 세계 컨테이너선사 선복량 집계에서 세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급변하는 해운환경에서 유럽 선사들이 선대 확장에 나설 때 한진해운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서서히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스위스 MSC와 프랑스 CMA CGM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 사이 한진해운이 세계 해운업계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점점 하락했고 결국 정부의 잘못된 판단까지 겹쳐 공중분해되는 비운을 겪게 됐다.
한진해운의 변화를 통해 한국해운의 흥망성쇠를 가늠할 수 있다. 한진해운이 세계 3위까지 올랐던 때는 해양수산부가 출범하고 정부가 해운산업 투자에 집중하던 시기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해운산업 투자에 관심이 줄어들면서 기업들도 침체기를 걷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해운시장이 불황기를 지나고 있다고 하지만 국내 해운산업은 해외 선사들에 비해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선사들과 달리 선박 투자 시기를 놓친 게 패착이었다. 한진해운도 용선료가 최고점을 찍었던 2008~2009년에 선박들을 대거 장기 용선한 게 화근이 돼 만성 적자에 시달리다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M상선은 한진해운 북미항로 영업권과 운영고객관리정보, 물류운영시스템 등의 물적 자산과 인적 조직 등을 275억원에 인수한 뒤 3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3월 한 달 베트남·태국과 홍콩·하이퐁 노선, 인도동안 노선을 잇달아 열었다. 4월엔 대망의 미주서안노선에 배를 띄운 데 이어 한중항로와 한일항로에도 진출하며 원양과 피더망을 잇는 해상항로를 구축했다.
SM상선은 선박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이 선사는 출범 후 중고 컨테이너선을 대거 인수하며 선단을 22척으로 늘렸다. 이 가운데 인수가 마무리된 20척의 선가가 3720억원으로 평가돼 930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영업실적은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기대했던 3분기에도 SM상선은 흑자전환에 실패하면서 9월까지 매출액 1859억원, 영업손실 249억원, 순손실 115억원의 적자성적을 기록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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