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랙(FR) 오픈탑 리퍼(냉동냉장) 등 특수컨테이너를 집중 영업하고 있습니다. OOG(초대형수화물·out of gauge)화물은 선복을 많이 잡아먹는 게 특징이죠. FR로 13~15개만 처리해도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00개 이상의 공간이 필요해 일명 ‘로트(lot)화물’로 불립니다. 본사와 화주를 오랫동안 설득해서 한번에 로트화물을 선적하면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4년차 열혈 영업맨, 에미레이트쉬핑의 양대운 대리는 선사 영업맨은 운송 불가능한 화물을 유치했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고 운을 뗐다. 에미레이트쉬핑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둔 중동계 선사다. 우리나라에선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동 동아프리카 지역까지 해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GALEX(갈렉스)’는 이란과 서남아시아 인도지역을 잇는 노선으로, 모선 7대를 투입하는 에미레이트쉬핑의 주력 서비스다.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꿈에 나타난 조상이 자신을 해운인의 길로 인도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제가 해양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어요. 해양에 특화된 학교지만 전공이 무관해 해운업계에는 큰 관심이 없었죠. 하루는 조상께서 꿈에 나타나셨는데 ‘네가 살 길은 해운이다’라고 하시더군요. 때마침 법학과 선배가 한 선사대리점 일자리를 추천해 주면서 해운에 눈뜨게 됐죠.” 2년간 선사대리점에서 몸담았던 양 대리는 에미레이트쉬핑과 인연이 닿으면서 둥지를 옮겼다.
그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에 보낼 화물을 타 선사 컨테이너에 적재하고, 중남미 과테말라에 보낼 화물을 저희 컨테이너에 넣었어요. 처음엔 다들 몰랐다가 화물이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뒤바뀐걸 알았죠. 중동지역은 세관문제나 각종 규제가 까다로워 화물을 되돌리는 게 쉽지 않아요. 특히 라마단기간에 접어들면 아무도 일하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다행히 수출화주 부담으로 화물을 되돌릴 수 있었죠. 지금도 화주와 물류기업 중 어디에서 잘못했는지 파악되지 않았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양 대리는 또래 타 선사 영업맨들과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터놓는 모임에도 참석하고 있다. 일명 ‘신나는 선사 모임해(신선해)’. 회원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중반의 계장 대리급으로 다양하다. “남자만 있어서 그런지 만나면 시황 얘기밖에 안 해요. 선사에 계시는 여성분들도 이 글 보시고 모임에 관심 좀 보였으면 좋겠네요.(웃음)”
연말까지 그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2000TEU 달성’이다. “연말 전까지 에미레이트쉬핑코리아의 기록을 경신하고 싶습니다. 한 주에 2000TEU를 처리하는 게 목표인데 얼른 달성해서 2500TEU 고지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더 많은 화주분께 다가가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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