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신항의 타부두환적(ITT) 물동량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TEU) 약 213만개, 월평균 17만8000개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ITT 운송비용은 4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올해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른 ITT물량의 증가로 선사가 부담할 운송비용은 증가하고, 터미널별 야적장 점유율이 상승해 운영사의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얼라이언스 재편에 5월 ITT물량 급증”
지난 4월 2M+HMM 오션 디얼라이언스 등 얼라이언스가 3강체제로 바뀌면서 이들의 부산신항 이용 부두도 변화를 맞았다. 2M(머스크·MSC)은 2부두 부산신항만(PNC)에서 1부두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과 3부두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로 나뉘어졌다. 새로 편성된 디얼라이언스는 2부두, 오션얼라이언스는 O3가 기항하던 5부두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 현대상선의 환태평양 노선은 4부두 PSA 현대부산신항만(PSA HPNT)을 이용하고 있다.
더욱 거대해진 얼라이언스가 터미널을 나눠쓰게 되면서 타부두환적에 따른 비용 문제도 생겨났다. KMI는 얼라이언스 재편이 약 7개월 흘렀지만 ITT 비효율성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거로 봤다. 부두별 ITT물동량은 얼라이언스 재편 직후인 5월 한 달 간 1-3부두 2-3부두 2-4부두 구간에서 큰 증가세를 보인 반면 1-4부두에선 감소세를 띠었다.
특히 2M+HMM이 기항하는 1-3부두 구간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 구간은 2만3000TEU의 ITT물량을 처리해 얼라이언스 재편 전인 1월의 3000TEU 대비 2만TEU 이상 폭증했다. 뒤이어 2-4부두 간 처리한 물동량이 1만9000TEU로, 1월의 9000TEU 대비 약 1만TEU 급증했다. 2-3부두 구간은 1만3000TEU로 1월의 5000TEU 대비 약 8000TEU의 ITT가 추가 발생했다. 반대로 같은 달 1-4부두 간 ITT물동량은 5000TEU로, 1월의 1만5000TEU 대비 1만TEU가 증발했다.
KMI 관계자는 “얼라이언스가 재편되면서 2부두를 기항하던 2M이 3부두로 옮겨갔고, 디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이 과거 CKYHE와 G6에 소속된 선사다보니 3·4부두를 기항하던 이들 선사의 물량이 2부두로 전환됐기 때문”이라며 “1-3부두 구간은 4월부터 본격 기항한 2M, 2-3부두는 구간은 2M 물량의 3부두 이전, 2-4부두 구간은 디얼라이언스가 4~6월 물량을 대거 이전한 영향이 컸다. 4~6월 선대교체(phase in&out) 물동량도 겹치면서 ITT 물동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으며 7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풀이했다.
1~5월 88만9000TEU를 기록한 ITT 물동량은 올 한 해 약 213만TEU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192만3000TEU 대비 약 11% 높은 수치다. 부두 간 환적운송료가 TEU당 약 2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400억원의 환적운송비용이 선사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평가다.
얼라이언스 재편 영향, 하반기에 윤곽
얼라이언스별로, 재편 전후 월별 ITT물동량이 가장 많았던 곳은 2M+HMM이었다. 2M은 1월과 2월 ITT 물동량이 각각 4만TEU 초반대에 머물다, 5월엔 9만TEU로 훌쩍 뛰었다. 1~5월 타부두로 운송된 물동량은 약 33만개였다. 오션은 같은 기간 16만4000TEU를 기록해 뒤를 이었지만 변화폭이 크지 않았다. 16만2000TEU의 ITT물량이 발생한 디얼라이언스는 1·2월 각각 2만9000TEU의 ITT물량이 발생하는 데 그쳤지만 4월엔 3만8000TEU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신항 터미널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KMI의 분석과 입장을 달리했다. 얼라이언스 재편 이후 선대교체 물량도 늘어난 만큼 4~5월 수치로 ITT가 많은 것처럼 과대해석을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재편을 전후해 얼라이언스들이 기존 처리하던 컨테이너를 다른 부두로 옮기는 과정에서 3월부터 6월까지 물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비교시점을 하반기로 정하는 게 더 객관적이라는 평가다.
한 터미널업체 관계자는 “ITT가 안정화에 접어든 게 6~7월이고, 경우에 따라선 7~9월에도 ITT가 있었다. 통계자료를 인용할 때 월별 또는 주별로 비교분석해 수치를 전체적으로 봐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항 터미널업계가 집계한 9월 ITT물동량은 신항 전체 물동량의 15.5%로, 전년 동월 14.8% 대비 큰 변화가 없었다. 5개 터미널 중 4곳은 대부분 얼라이언스 재편을 앞두고 타부두환적 물동량이 크게 증가했다가 최근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다.
또 ITT로 집계된 물동량이 중복 집계돼 절대적 수치는 213만TEU의 반절도 안 될 거란 의견도 나온다. 가령 A부두에서 B부두로 컨테이너 1개를 운송했을 경우 A와 B가 각각 ITT 물동량을 별도 집계해 수치가 뻥튀기되는 모순점을 안고 있다. 운송된 컨테이너는 한 개지만 ITT 물동량은 2TEU로 기록되는 셈이다. 40피트 컨테이너(2TEU) 운송도 한 번만 이뤄지지만 양 부두에서 집계할 땐 2TEU씩 집계해 4TEU로 급증한다.
그러다보니 선사가 부담할 ITT 운송료가 400억원이란 주장도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야적장 점유율도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른 일시적인 수요 상승으로 지난 2월 80%에 육박한 곳이 있었지만 최근엔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이다.
터미널업계 “가상통합, 실현 불가능”
한편 KMI는 재편된 얼라이언스의 변화에 대응해 중장기적으로 신항 5개 부두를 가상 통합 방식의 혼합형 전용터미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혼합형 터미널은 기존 5개 운영사는 유지하고 개별 터미널이 보유한 선석 장치장 장비 등 터미널 능력을 통합·관리하는 걸 의미한다. 즉 가상 통합법인이 개별 터미널의 하역능력, 선석 및 장치장 배정권, 관련서비스 제공 등의 전체 운영을 총괄함으로써 신항을 터미널 단위가 아닌 항만 단위로 최적화하는 구조다.
중국의 칭다오쳰완컨테이너터미널(QQCT) 모델과 유사하다. 모기업인 QQCT가 선사 영업 및 계약을 전담하고 자회사에 물량을 배분한다. 자회사인 연합터미널(QQCTU)과 신터미널(QQCTN)은 할당받은 물량 하역에만 집중해 수익을 보장받는다.
이를 두고 한 터미널업체 관계자는 이상적이지만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일축했다. 그는 “과거부터 부산신항의 운영구조가 QQCT와 같았다면 무리가 없었겠지만 지금 KMI의 주장은 북항통합론과 다를 바가 없다”며 “운영사마다 누가 지분을 더 가져갈지를 두고, 물량이 많은 곳은 물량, 영업이익이 좋은 곳은 영업이익, 자산비율이 좋은 곳은 자산비율 등을 내세워 지분을 더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북항통합은 적자나는 운영사가 통합에 나서면서 그 효과를 봤지만 신항 터미널은 모두 영업이익을 실현하고 있어 주주사에게 통합론을 설득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며 “(정부가) 통합을 법적으로 강제화해도 실현될 지 미지수인데 항만당국의 태도는 통합을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고제인 현행 하역요율체계를 인가제로 전환해야 항만당국이나 KMI가 바라는 통합효과를 볼 거란 얘기도 나온다. 각종 비효율과 터미널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로 폐지된 인가제는 요율을 정부가 고시해 어느 터미널이건 하역료가 동일하다. 정부가 요율부터 강제로 단일화시키면 선사들의 선택권이 없어져 일종의 선석통합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규모의 경제로 계약 선사마다 물량별 요율차이가 크다보니 정부주도의 인가제가 아니면 통합이 더욱 어렵다.
물론 맹점도 있다. 물량유치에 소홀해진다는 점이다. 과당경쟁을 줄이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노력여부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일한 요율에 할당된 물량만 처리하다보니 영업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매년 인상되는 부지 전대료나 하역장비 임대료, 인건비 등 비용구조가 터미널마다 달라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염가하역료에 취해있던 선사들이 요율 인상으로 부산항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터미널업체 관계자는 “통합에 나서려면 각 터미널이 얼라이언스와 맺은 요율계약문서를 공개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업계 자율에 맡기면 그 누구도 요율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항만당국의 바람대로 선사가 ITT 없이 아무 터미널이나 이용하려면 요율부터 단일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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