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의 부진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발 수출 물동량의 감소로 운임 협상력이 약화된 선사들의 채산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취항선사들에 따르면 한중항로의 수출물동량 감소세는 10월에도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8월과 9월 국적선사들이 실어나른 한중 수출항로 물동량은 각각 6% 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품목인 자동차와 고철(스크랩) 폐지 등의 약세가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자동차 화물 감소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 내 판매부진이 원인이다. 현대기아차의 1~9월 중국 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120만대에서 올해 70만대로 1년 새 42% 감소했다. 8월과 9월에도 각각 39% 21% 뒷걸음질 쳤다. 사드 보복과 중국기업의 약진을 배경으로 현대기아차의 침체가 한동안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고철과 폐지 물동량 감소는 중국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환경 규제 정책의 후유증이다. 중국정부는 환경 보호를 명목으로 9월부터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고철과 폐지는 한중항로 전체 물동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이 항로 최대 품목인 석유화학제품(레진)은 사드 보복 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세를 띠고 있다. 중국 내 레진 수요가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현지 업체가 정기 보수 등을 이유로 생산을 중단한 게 수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석유화학제품이 원산지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아 사드보복을 비켜갈 수 있었던 것도 한 요인이 됐다.
선사 관계자는 “품목별로 호조와 부진이 엇갈리면서 선사들의 실적도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자동차와 스크랩 등을 많이 싣는 선사들은 울상을 짓는 반면 레진 비중이 높은 선사는 그나마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품목별 엇갈린 명암은 노선별 실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레진 화물이 많은 상하이와 닝보 노선은 성장을, 자동차와 고철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북중국 지역은 감소를 나타냈다. 황정협에 따르면 1~7월 한중 수출 물동량(직교역)을 보면 상하이와 닝보는 각각 11% 6% 늘어난 반면, 톈진(신강) 다롄 칭다오 등은 18% 15% 1%의 감소를 나타냈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베이징을 배후로 하는 톈진은 자동차화물이 많고, 칭다오는 고철과 종이류 비중이 높은 항구다.
시장 부진으로 운임도 동반 하락하는 분위기다. 올 초 선사들의 운임회복 시도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달러까지 상승했던 수출항로 운임은 최근 들어 다시 하방압력에 노출된 상황이다. 6월까지 160달러를 호가했던 수입운임은 물동량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최근 13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10월13일자 상하이발 부산행 운임은 137달러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사들은 운임회복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다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수출 대신 성장 탄력을 이어가고 있는 수입항로가 표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내년 1월 중국 쿤밍에서 열리는 제25차 한·중 해운회담에서 SM상선의 황정협 가입이 매듭지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SM상선은 중국 측의 반대로 한중항로 취항선사 단체 가입을 마무리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한중 로컬화물 수송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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