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재개발 사업은 노무현 정부 당시 부산항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자는 데서 시작됐어요. 일반 시민들이 슬리퍼만 신고 나와도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만들자는 거죠. 항만공사 입사 초기엔 북항이 컨테이너로 둘러싸였는데, 지금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걸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웃음)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을 맡고 있는 류현준 과장은 지난 2005년 부산항만공사(BPA)에 입사했다. 그는 자칭 ‘부산사나이’지만 항만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며 한 선배의 권유가 그를 BPA맨으로 인도했다는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지금은 항만전문가란 호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부산항 현대화 사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류 과장은 현재 진행 중인 북항 재개발 사업의 성공을 기원하면서도 한편으론 수심이 가득했다. 재개발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에 사업의 취지가 왜곡됐기 때문. ‘투기’ ‘부자들의 성역’ ‘환경파괴’ ‘토건사업’ 등의 딱지는 항상 재개발 문제와 연결된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은 유휴시설로 전락한 항만을 시민들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현재 152만㎡ 규모의 1단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BPA가 부지 매립 등 지반 조성공사를 마무리하면, 공공시설인 친수공원, 보행데크, 마리나시설 등이 도입된다. 이 외에도 IT영상전시지구, 상업업무지구 등 민간사업자들의 상부시설도 들어선다. 당장 올 여름엔 가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산항 시민 해수온천 수영장’이 개장한다. 재개발 지역 인근에 양질의 온천수가 발견된 데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오토캠핑장 등 야영장도 올해 안으로 개장한다. 류 과장은 재개발사업이 장기프로젝트다 보니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친수공간이라도 미리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수영장이나 캠핑장 같은 소소한 아이디어를 재개발 사업에 현실화하는 것도 재밌고 보람찬 일입니다. 마리나, 보행데크 시설과 달리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류 과장은 입사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건립 사업을 꼽았다. 사업의 처음부터 운영단계까지 한 일원으로 참여했던 게 건축학도로서 엄청난 성취감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조직 내부에서도 사업 초창기부터 마무리까지 참여했던 사람이 없었던 만큼 이 사업이 그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국제여객터미널이 현재 각종 악재로 목표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크루즈 활성화, 국제선 신규 취항 등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본인만의 좌우명이나 가치관을 묻자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한창 직장업무에 매달리다보니 생각지도 못했다는 것. “학생땐 분명 있었을 거 같은데, 직장 생활에 치여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네요. 이번에 다시 생각하면서 많이 반성하게 됐습니다.”(웃음)
류 과장은 북항 재개발 사업이 무사 성공할 수 있도록 팀원들과의 소통에 집중할 것이라며, 자치권을 가진 항만공사가 공공의 기능을 강화해 모든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다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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