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물류주선업(포워더)계가 생존경쟁에 내몰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나라만 집중 공략해 영업에 나선다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를 자처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말끔히 깨버린 포워더가 있다.
(주)캐나다쉬핑의 백승철 대표이사는 얼마 전 서울 강서구에 한국지사를 세우고 국내 실화주 영업에 본격 나섰다. 캐나다쉬핑은 지난 10년간 캐나다 현지에서 혼재화물(콘솔) 영업과 해외이사 국제택배 차량운송 구매/배송대행 등에 두각을 보이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캐나다쉬핑의 시작은 현지 한인 캐나다 물류기업 인수였다. “캐나다쉬핑의 전신인 현대해운에서 현지 중소 포워더와 파트너(에이전트)로 오랫동안 거래해왔죠. 그러다 현지 포워더 사장님께서 물류업을 은퇴하시면서 회사를 내놓으셨어요. 그때 제가 얼른 인수해 코쉽(캐나다오리엔트쉬핑·Canada Orient Shipping)으로 새롭게 창업했죠.” 코쉽은 캐나다 현지에서 불리는 회사명이다. 캐나다와 아시아(오리엔트)간 교역에 특화된 물류기업이라는 것. 무모할 수도 있었던 모험적 투자는 대성공이었다.
“제 인생에서 엄청난 모험이었죠. 사업 초창기엔 자사 물류창고나 운송차량도 없었어요. 하지만 현지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면서 5~6년만에 보세창고를 인수했습니다. 가슴이 벅찼죠. 창고 가격도 그새 배로 뛰었습니다.(웃음)”
콘솔·해외이삿짐 수송서 사업다각화 실현
캐나다쉬핑은 콘솔화물과 해외이삿짐 수송에 주력해왔다. 해외이민자나 유학생들의 이삿짐이 주요 타깃. 그러다 캐나다 정부기관의 화물수송 입찰에 성공하면서 현지에서 신뢰 기반을 다지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정부기관이 캐나다와 한국과의 교역에 집중했던 캐나다쉬핑을 눈여겨본 것. 수백 명의 인력을 갖춘 현지 대형 포워더 대신 캐나다쉬핑을 선택한 건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캐나다 정부기관에 국내산 LED 전등 납품 수송을 맡으면서 저희 회사가 외형성장을 꾀할 수 있었습니다. 그 한 번의 거래가 시발점이 돼 시청 교육청과 한국 정부기관 간 오가는 서류배송도 대행하게 됐죠. 서류 대행을 하다 보니 UPS 캐나다포스트와 같은 세계적인 물류업체와도 계약을 맺게 됐습니다.”
캐나다쉬핑은 포장 보관 택배 해외구매대행 등 ‘원스톱 물류서비스’를 모토로 사업 영역을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특히 현지 인터넷쇼핑 모바일쇼핑 수요가 대대적으로 늘어나면서 해외 구매대행 서비스는 캐나다쉬핑을 대표하는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캐나다 한인교포들이 물류비용이나 배송시간 등의 어려움으로 소비욕구를 억눌러왔지만 캐나다쉬핑이 이들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주고 있다.
“LCL화물만 영업했으면 회사를 키우지 못했을 겁니다. 화물주선에만 안주하지 않고 범위를 넓혀 캐나다 현지 한인들이 원하는 한국산 물품 구매대행서비스에 눈을 떴죠. 옥매트 김치냉장고 의자 등 무게와 부피가 상당한 중량물 구매대행에 망설이지 않고 나섰습니다.”
물류서비스 간소화로 차별화
우려도 많았지만 백 대표이사의 오랜 영업기반과 전략 덕분에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 현지 교포들의 구매대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우리나라와 캐나다 우체국 간 EMS 화물수송도 대행하게 됐다.
캐나다 세관과의 관계가 우호적인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캐나다로 수송된 택배화물이나 개인화물은 최종 수신자가 세관을 방문해 세관 직원과 영어로 인터뷰를 해야 통관이 가능하다. 통관이 이뤄지면 현지 운송사가 목적지로 운송하는 구조다. 소비자들의 물류 피로도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편을 캐나다쉬핑은 필수 서류만으로 인터뷰 없이 통관을 허가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캐나다 현지 직원에게 한국에서 필수 서류를 전송해주면 직원이 담당세관에 전달하고 세관이 서류를 심사해 승인해주는 식이다. 이런 물류 간소화가 특혜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지 세관에서도 중간 절차가 많고 화물량이 상당하다보니 캐나다쉬핑의 물품은 믿고 통과시킨다. 세관과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패스트트랙’ 서비스다. 여기에 자사 택배차량을 통한 문전배송(도어투도어) 서비스까지 제공해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백 대표이사는 캐나다쉬핑의 한국지사 출범 덕분에 빠르고 저렴한 물류서비스 제공을 확신했다. 특히 현지 자사 창고는 소비자들의 물류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신의 한 수’로 꼽힌다. 해상 콘솔화물을 타 기업보다 싼 운임으로 유치해도 현지에서 발생하는 물류비용으로 충분히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자사 창고에서 줄인 물류비로 타 물류기업보다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물류창고는 컨테이너 도크도 갖추고 있어 화물을 신속하게 양·적하할 수도 있다.
백 대표이사는 언젠가 전 세계로 콘솔서비스를 넓혀나가겠지만 당장은 캐나다향 수출입서비스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지금도 캐나다 외 다른 국가로 화물 수송을 주선하고 있지만 캐나다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가는 물량만 하더라도 엄청나거든요. 한 우물만 파지만 충분히 비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캐나다에 보내실 화물이 있으시면 저희 캐나다쉬핑의 문을 두드려주십시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