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출입액 추이(1996~2016년) (자료 : 코트라, 베트남 관세청)
베트남 대외무역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지역간 항만 물동량의 ‘부익부 빈인빅’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베트남의 대외무역액은 약 3507억 달러(약 396조)로 1996년 이후 연평균 16%씩 대외무역액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참가, 양자간‧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대외무역 확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코트라 이주현 호치민무역관에 따르면 중국은 베트남 제1 교역국가로 전체 교역액의 20%를 차지하며, 양국 간 교역규모는 약 719억 달러(약 81조)에 달한다. 한국과 일본 등 다수의 아시아 국가도 주요 교역국가로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이주현 무역관은 “베트남의 대외무역이 지리적 근접성 및 바다를 이용한 해운운송이 활발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해양청(베트남 교통부 산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1~10월 기준 총 물동량(벌크 컨테이너 액체화물 포함)은 3억8700만 톤으로 집계된다. 컨테이너 화물량은 전년동기대비 17% 상승한 1190만TEU를 기록했다.
베트남의 물동량 증가 요인은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들의 대(對)베트남 투자 증가를 들 수 있다. 2016년 한해 외국기업들의 對베트남 투자금액은 158억 달러(약 18조)로 전년대비 9%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외국기업의 투자확대는 베트남의 원자재, 기기‧설비 수입 증가와 완제품 수출 증가로 이어져 베트남의 물동량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컨테이너 물동량 남부에 집중
베트남의 항만은 ▲북부지역 항만(꽝닌성~난빈성) ▲중북부지역 항만(탄화성~하띤성) ▲중부지역 항만(꽝빈성~꽝응아이성) ▲남중부지역 항만(빈딘성~빈투언성) ▲남동부지역 항만 ▲메콩강 삼각주지역 항만으로 분류된다.
북부지역에는 하이퐁시와 꽝닝성이 포함돼 있다. 하이퐁시의 경우 북부 주요 12개 항만이 위치해 있으며, 컨테이너 처리능력(CAPA)은 450만TEU 수준이다. 남동부지역은 호치민시와 까이멥-붕따우 지역이 포함돼 있다. 호찌민시에는 9개 컨테이너 항구가, 까이멥-뿡따우 지역엔 7개 항구가 있다. 이 두 지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베트남 전체 컨테이너 처리량 대비 7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 베트남 항만 구분 (자료 : FPTS, 코트라)
베트남 해양청에 따르면 2016년 1~10월 기준 베트남 전체 컨테이너 처리량은 1194만TEU로, 이 가운데 남동부지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인 835만TEU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지역의 깟라이항과 힙푹항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 처리 비중은 50%(395만TEU) 수준이며, 그 외 주요 항구로는 까이멥 국제터미널(CMIT), 떤깡-카이멥 국제터미널(TCIT), 베트남 국제컨테이너터미널(VICT) 등이 꼽힌다. 반면 중부지역이 처리하는 물동량 비중은 2~3% 수준에 그친다.
이처럼 베트남 남부지역에 물동량이 집중되는 이유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인도 등 인근 국가와 지리적으로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항만 인프라 면에서 남부에 위치한 항구들은 8만DWT급 규모 이상의 선박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선박 수용 범위가 넓다. 까이멥항은 16만DWT급 선박까지 수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중부지역에 위치한 쩐머이항과 깜란항은 최대 5만DWT급 선박까지만 수용이 가능하며, 북부지역은 꽝닝항(최대 7만5천DWT급 선박 수용 가능)을 제외하곤 선박 수용 규모가 5만DWT급 미만이다.
남북부 주요항 공급과잉 전망
베트남 까이멥-붕따우지역에는 사이공 국제터미널(SITV) 항구, 떤깡-까이멥 컨테이너 항구(TCCT), 떤깡-까이멥 국제터미널(TCIT), 까이멥 국제터미널(CMIT), 떤깡-티바이 터미널(TCTT), SP-SSA 국제터미널(SSIT)까지 총 7개의 대규모 항구가 위치하고 있다. 이주현 호치민무역관에 따르면 이들 항구의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CAPA는 710만TEU 수준이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2014년까지 수요 감소‧공급 과잉이 발생해 전체 CAPA 대비 항만 물동량 처리율은 20%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조금씩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2015년 한해 컨테이너 처리량은 170만TEU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지역의 컨테이너화물 처리능력 대비 4분의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SP-PSA 항구와 사이공 국제터미널 항구의 경우 물동량 처리실적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상대적으로 항만 이용 수요가 많은 TCIT와 CMIT 역시 CAPA 대비 50% 수준의 컨테이너 처리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베트남 주요 항구별 물동량 및 컨테이너 화물량 처리실적 현황 (자료: 코트라, VPA)
이주현 무역관은 이 지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저조한 원인으로 주요 도시와의 낮은 접근성, 내륙컨테이너기지(ICD) 부족, 베트남 정부의 정책 일관성 부족을 꼽았다. 까이멥항에서 주요 도시로 이어지는 도로는 51번 국도가 유일하며, 이 지역의 ICD가 부족해 물류비용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이퐁시 주요 항만인 남하이딘부항과 VIP그린항은 각각 2014년, 2015년 운영을 시작했다. 두 항구의 신규 확장으로 인해 하이퐁항 전체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350만TEU에서 450만TEU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5년 하이퐁시 항구 컨테이너 처리량은 290만TEU에 그쳐 45% 가량의 공실이 발생했다. 이러한 공급과잉은 항만운영사간의 경쟁을 초래해 항만 이용료 단가 하락 및 이익률 감소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2018년 100만TEU 처리규모의 락후엔항이 신규로 오픈할 경우 공급과잉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박당(Bach Dang)교가 건설될 경우, 껌(Cam)강 상류에 위치한 7개 항구로의 화물운송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돼 물동량 감소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SNP,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 ‘리딩’
한편 베트남의 주요 항만 운영사는 Gemadept(GMD), Vietnam Container Shipping Corp(VSC), Saigon Newport(SNP)를 꼽을 수 있다.
GMD는 1990년 국영기업으로 설립돼 지금은 민영화됐다. 약 25년 간 베트남의 주요 물류기업으로 성장해 왔으며, 임업, 부동산업, 고무재배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핵심 사업은 물류와 항만 운영이다.
VSC 역시 1985년 국영기업으로 설립됐지만, 2008년 민영화됐다. 약 32년 동안 컨테이너 핸들링, 트럭킹, 포워딩 등 다양한 항만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VSC가 운영하는 항구 중 가장 큰 항구는 VIP그린항으로 대만의 에버그린이 이용하는 항으로 알려졌다.
SNP는 1989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베트남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가운데 가장 현대적이고 업계 리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상운송, 화물 핸들링 등 해운 항만 서비스를 주축으로 한다. 호치민 대표 항구인 깟라이항과 힙픅항을 소유하고 있고, 이 두 개 항구는 호치민지역 전체 물동량의 89.6%를 담당하고 있다. 까이멥-붕따우 지역에서도 TCIT를 통해 68.4%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SNP는 베트남 내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 부문에서 약 5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항만요율 하락 압박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 해운불황으로 인해 공급과잉 현상이 이어지면서, 베트남은 항만요율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2006년 글로벌 해양 운송 규모는 80억722만 톤에서 2015년 109억3256만 톤으로 36.5% 증가다. 같은 기간 글로벌 선박량은 6억7532만 톤에서 11억7513만 톤으로 74% 상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운사들은 M&A(인수합병)를 통해 몸집을 불려 원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주요 해운사들 간 해운동맹이 재편되는 상황이다. 2016년 프랑스 국적 선사 CMA CGM은 싱가포르의 넵튠 오리엔트 라인스(NOL)를 인수했으며, 중국 양대 국영 해운사는 중국 해운집단(China Cosco Shipping Group)으로 합쳐졌다.
각국 정부들 역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국적 선사들을 위한 자금 지원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올해 들어 자본금 1조원 규모의 한국선박해양 회사를 설립했고, 대만은 지난해 말 양대 국적해운회사 2곳(에버그린, 양밍)에 19억 달러(약 2조)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투입했다.
이주현 무역관은 “세계적인 해운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베트남 수출입 화물 감소 위험과 운임 불균형 등의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기 깟라이 항구와 같이 일부 항구는 컨테이너 처리 능력이 초과돼 주변 도로 교통 체증, 운송 및 통관 지연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이며, 인근 항구의 이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륙컨테이너기지와 같은 항만 인프라 투자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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