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에서 군 생활을 했습니다. 해군 함대인 <청주>함으로 바다를 항해하면서 군함보다 큰 초대형 선박을 볼 기회도 많았죠. 화물을 가득 싣고 어디론가 항해하는 선박들을 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인터지스 정기선팀의 김능우 대리는 군대 생활이 자신을 물류인의 길로 인도했다며 운을 뗐다.
인터지스는 1956년에 창립된 동국제강그룹 계열 종합물류기업. 벌크 하역부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김 대리가 몸담고 있는 정기선팀은 동국제강이 제작한 선박·건설용 후판, 철골H빔, 스틸코일 등의 벌크화물 운송을 담당한다. 입찰을 통해 선사를 선정해 적기에 선박을 부산항 당진항 포항항 등에 배선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김 대리는 입사 5년차의 정기선팀 막내 대리지만 그가 맡은 업무는 책임이 막중하다. 특히 월말에 이뤄지는 화물수송은 그가 가장 긴장할 때다. 화물이 그 달을 넘기기 전에 선적을 마쳐야 화주의 월 매출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크선 특성상 정시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보니 선박 스케줄 확인은 연중무휴로 이뤄진다.
“주말에도 선박의 기항경로를 파악하느라 팀원들과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공유해요. 한 사람이 모두 하긴 어려워 돌아가면서 스케줄을 확인할 수밖에 없죠.”
적기 수송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철강제품을 손상 없이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이다. 그에게도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일본의 한 철강 수요자가 제품의 손상 없이 수송해달라고 특별 요청한 것.
철강제품은 공장에서 출하되면 부두에서 선적되기까지 부두 야드에 보관되는 경우가 많다. 철강제품 특성상 부둣가의 해풍이나 비를 맞으면 금세 녹슬어버리기 일쑤다. 극도로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
부산항까지 찾아간 그는 화물의 손상을 막기 위해 공장 출하일정에 맞춰 트럭수송, 하역까지 한 번에 마무리하려 했다. 적어도 출항할 땐 녹이 없어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철강제품을 실어 나를 트럭이 당진에서 출발한 탓에 일정을 두 시간이나 넘긴 5시에서야 겨우 부산항에 도착했다.
하역사 근로자들은 3시부터 시작돼야 할 업무가 미뤄지자 일을 안 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왔다. 화물을 수송할 선사도 출항이 늦어지자 채근하기 시작했다. 그가 구상하던 마스터플랜은 순식간에 물거품 됐다.
“머릿속이 하얬죠. ‘죄송합니다’를 연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역작업이 어려울 거 같아 순간적으로 차라리 나가서 식사나 하시자고 제안했죠.”
그의 진심어린 노력에 항만 관계자들은 마음을 열었다. 다음날 하역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졌고, 선박에 실린 화물은 깨끗하게 수송됐다. 동국제강도 김 대리의 우여곡절을 접하면서 많이 신뢰하게 됐다고 한다.
올해로 31세에 접어든 김 대리는 얼마 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육아가 쉽지 않다면서도 아이 얘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해 보였다.
“요즘엔 아이에 전념하느라 주말에 꼼짝도 못해요.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내 자식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지어져요. 제 인생 최고의 낙입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