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까지 내려간 해상운임이 지난해 정기선사들의 실적을 끌어내렸다. 머스크라인을 비롯한 유럽계 선사들과 우리나라 현대상선, 일본, 대만 해운 3사 등 원양선사들의 영업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몇 년간 지속된 시황 부진을 견디지 못한 한진해운은 급기야 원양항로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졌고, 비슷한 처지의 선사들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으면서 정기선 시장은 새롭게 물갈이 됐다.
지난해 동서항로의 양대 산맥인 유럽과 미주항로의 해상운임은 상상을 초월했다. 상하이항운교역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상하이발 북유럽항로 운임(현물)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200달러대를 형성했다. 지중해항로 운임은 100달러대까지 고꾸라졌다. 매달 500달러, 100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시도에도 바닥까지 떨어진 운임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하반기 들어서야 운임은 800달러대를 간신히 회복했다.
머스크라인의 지난해 평균 컨테이너 해상운임은 40피트컨테이너(FEU)당 평균 1795달러로 전년대비 18.7% 하락했다. 하파그로이드도 TEU당 해상운임이 1036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1225달러에서 15.4% 급감했다. 해상운임은 낮은 벙커유가와 과잉공급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항로의 운임하락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초대형컨테이너선 인도로 몇 년간 과잉공급에 시달려온 까닭이다. 영국 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컨테이너선단의 총 선복량이 2000만TEU를 넘어섰다.
2011년 글로벌 선복량은 1500만TEU를 기록했지만 선사들은 5년 만에 500만TEU라는 선복량을 늘려 역대 최대 규모의 선복량을 찍기에 이르렀다. 2011년 머스크라인의 1만8000TEU급 선박 20척 발주를 시작으로 경쟁사들도 비용절감을 꾀할 수있는 메가 컨테이너선 짓기에 열을 올렸다.
최근에는 MOL이 역대 최대 규모인 2만150TEU급 컨테이너선을 인도 받아 조만간 운항에 나설 예정이다. 유럽항로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버팀목이었던 북미항로마저 시장침체가 표면화되자 선사들은 줄줄이 적자 성적표를 내놨다.
북미항로 미서안 운임이 40피트컨테이너(FEU)당 80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동서항로에 취항하는 선사들은 배를 띄울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9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선복이 비자 북미항로 운임은 대폭 올라 더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독일·프랑스 선사 간신히 ‘흑자 유지’
정기선업계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은 지난해 적자실적을 거뒀다. 머스크라인은 매출액207억1500만달러(약 23조8390억원), 영업이익 -3억9600만달러(약 -4550억원), 순익 -3억7600만달러(-433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237억2900만달러에서 1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4억31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순익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지난해 매출액 85억4600만달러(약 9조5710억원), 영업이익 1억4000만달러(약 157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액은 12.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4억6100만달러 흑자에서 65.9%나 급감했다.
하파그로이드가 지난해 실어 나른 컨테이너는 전년대비 2.7% 증가한 759만9000개를 기록했다. 반면 수송비는 전년대비 12.3% 감소했다. 수송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류비가 t당 210달러로 전년대비 32% 감소한 데다 CSAV의 컨테이너 사업인수 시너지효과와 비용절감프로그램을 통해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하파그로이드는 CSAV에 이어 UASC와의 컨테이너 부문 합병으로 연간 컨테이너 1천만개 수송과 연간 120억달러의 매출고를 올리는 등 정기선 부문 실적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UASC와 합병 후 하파그로이드의 선대규모는 약 150만TEU로 늘어나 에버그린을 제치고 세계 5위 선사에 올라선다. 현재 하파그로이드의 선대규모는 약 98만TEU를 운영하고 있으며 UASC는 51만TEU를 운영하고 있다. 하파그로이드는 USAC와의 합병을 이달 중으로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으나 4월로 연기했다. 반면 4월부터 진행되는 얼라이언스 재편에는 변동이 없다.
프랑스선사 CMA CGM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했지만 흑자기조는 유지했다. CMA CGM이 지난해 인수한 싱가포르 선사 NOL을 포함한 영업이익은 2900만달러(약 320억원), 매출액은 160억달러(약 17조9200억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9억1100만달러에서 96.8% 감소했지만 정기선시장의 급격한 운임하락과 과잉공급 환경에서 시장 평균을 상회하며 흑자를 일궜다. 매출액은 전년 157억달러에서 1.9% 증가했다. 순익은 -4억5200만달러(약 5060억원)로 전년 5억6700만달러에서 적자전환했다.
현대상선, 적자폭 3배나 불어
우리나라 양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도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뒷걸음질 쳤고 한진해운은 결국 파산했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19% 감소한 4조584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334억원을 기록해 전년 -2793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은 3배 가까이 늘었다. 해운물동량 정체현상과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최저 수준 운임이 지속되면서 영업손실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순이익은 비용절감으로 전년 -6270억원에서 -4842억원으로 줄였으며, 부채비율도 큰 폭으로 줄였다.
홍콩 정기선사 OOCL은 물동량과 해상운임 부진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OOCL의 모회사인 동방해외국제(OOIL)에 따르면 지난해 그룹실적은 매출액 52억9500만달러(약 5조9300억원), 영업이익 -1억2030만달러(약 135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해상운임 하락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3억709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전환했다. 순익도 -2억1900만달러(약 2450억원)를 기록해 전년 2억839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OOCL과 OOCL로지스틱스(컨테이너수송 및 물류부문)의 영업이익은 -1억8500만달러(약 2070억원)를 기록해 전년 2억9400만달러에서 적자전환했다. 컨테이너 수송량은 9.1% 증가한 608만1000TEU를 기록했다. OOCL은 지난 2014년 발주한 2만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오는 5월부터 인도받는다.
OOIL의 CC 퉁 회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정기선 업계는 역대 가장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며 “대부분의 항로에서 꾸준했지만 저조한 성장과 최근 수년간 축적된 선복량 초과 공급의 결합은 지난해 대부분의 항로에서 많은 도전을 불러 일으켰다”고 밝혔다.
일본·대만계 선사 3분기 ‘빨간불’
일본 해운 3사 NYK, MOL, K라인은 4~12월 (2016년 회계연도 3분기)실적만 나왔지만 컨테이너 운임하락과 드라이 시황 폭락으로 경쟁 선사와 마찬가지로 적자실적 기조를 보였다. 오는 7월 컨테이너 부문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는 세 선사는 컨테이너 부문에서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줄어든 매출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4~12월 NYK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4억1868만달러에서 -1억3750만달러(약 -1540억원)로 급감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순익도 전년동기 2억220만달러에서 -20억560만달러(약 2조2460억원)를 기록하며 손실을 입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9.9% 하락한 125억4710만달러(약 14조530억원)를 기록했다.
MOL의 3분기 누적(4~12월)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7.9% 하락한 95억9240만달러(약 10조7430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8515만달러에서 -1862만달러(약 210억원)로 급감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순익은 전년동기 1억1800만달러에서 1억6850만달러(약 1890억원)로 급증하며 흑자를 이어갔다.
K라인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7억4950만달러(약 7조559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22.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익은 각각 -3억780만달러(약 3450억원), -4억8430만달러(약 542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모두 적자전환했다.
대만 선사들도 적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에버그린은 지난해(1~9월) 3분기에 매출액 10억4980만달러(약 1조1760억원), 영업이익 -5530만달러(약 -620억원), 순익 -3780만달러(약 -420억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3.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9020만달러에서 적자폭을 대폭 줄였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양밍은 에버그린보다 영업실적이 더욱 악화됐다. 양밍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억5250만달러(약 1조670억원)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3.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억5180만달러(약 -1700억원)로 전년 -1억4050만달러에서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고, 순익도 -1억4980만달러(약 -1680억원)를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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