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미주·아주항로 사업부를 인수한 삼라마이다스(SM)그룹의 행보에 해운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M그룹 내 해운부문인 대한해운은 지난달 21일 한진해운 북미항로 관련 영업 및 운영고객관리정보,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지역 7개국 소재 자회사, 물류운영시스템 등의 물적 자산, 인적 조직 등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는 현금 370억원. 이 중 입찰보증금 5억원을 포함해 계약금 37억원이 선지급됐다. 대한해운은 내년 1월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한진해운 영업양수를 결의한 뒤 이틀 뒤인 5일 잔금 333억원을 치르고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4본부 18팀 19지점 구성
인수일이 가까워오면서 인수 이후 SM그룹에서 벌이게 될 컨테이너선 서비스에 대한 대강의 윤곽이 그려지고 있다. 22일 해운업계 및 법원에 따르면 회사명은 국문 에스엠상선, 영문 SM Line Corporation으로 확정됐다. 회사 조직은 4본부 18개팀으로 구성된다. 경영관리본부 재무본부 컨테이너선사업본부 해사본부가 경영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지점은 19곳 체제로 꾸려질 예정이다. 한국지점과 미주 6곳, 중국 6곳, 홍콩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 각각 1곳씩이다. 다만 한진해운 중국법인에서 우발채무 1000억원이 발생하면서 해외지점 체제가 당초 계획대로 구성될지는 미지수다. 자회사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 중국 내에 법인을 신설하는 방법으로 채무를 최대한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이사엔 대한해운 김칠봉 사장이 내정됐다. 김 사장은 SM상선과 대한상선(옛 삼선로직스)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한편 대한해운에선 물러날 예정이다. 사무실은 현재 한진해운이 입주해 있는 서울 여의도 유수홀딩스빌딩을 그대로 사용할 전망이다. 해운부문을 벌크선과 정기선으로 이원화해 운영한다는 SM그룹의 전략이다. 벌크선 부문인 대한해운과 대한상선은 마곡동 SM빌딩, 정기선 부문은 여의도에 둥지를 트는 구조다. 대한상선의 경우 해운은 SM빌딩으로, 자원부문 등의 6개 자회사는 당산동 SM그룹 본사 건물로 이전한다.
극동-미주서안 주2회 운항
SM상선은 인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법인을 등록한 뒤 4월께 처녀취항에 나설 예정이다. 미주항로는 연간계약(SC)이 시작되는 5월 이전에 항로를 출범시켜야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현재 개설이 유력한 항로는 극동-미주남서안(PSW) 노선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미국을 잇는 삼각 서비스를 주2항차로 운항한다는 전략이다. 한진해운이 거점으로 사용한 롱비치가 있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항지로 우리나라는 부산과 광양, 중국은 상하이 닝보 샤먼 선전, 미국은 롱비치항이 검토되고 있다. 제 1편은 부산-광양-상하이-닝보-롱비치-부산을 잇는 노선으로, 이른바 북중국서비스다. 제 2편은 샤먼-선전(서커우·옌톈)-부산-롱비치-샤먼을 잇는 남중국서비스다. 롱비치항의 경우 한진해운이 지배지분을 가지고 있던 토털터미널인터내셔널(TTI)을 기항터미널로 정할지는 미지수다.
SM그룹 측은 취항선박의 경우 북중국노선엔 4300TEU급 컨테이너선 5척, 남중국노선엔 66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각각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5척으로 미주 서안을 운영할 경우 20노트 이상으로 고속 운항을 할 때 운영이 가능해 운항선박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업계 전문가는 “전체 운항기간을 35일 정도로 잡을 경우 6척 이상은 투입돼야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아시아역내항로의 경우 과거 한진해운이 취항했던 서인도와 동남아 등이 서비스 지역에 포함된다. 해외 지점을 중국 홍콩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 등으로 포진한 데서 SM상선의 사업 방향을 엿볼 수 있다.
4300TEU급 컨선 도입 확정 단계
넘어야할 산도 많다. 선박과 컨테이너 장비 도입, 터미널 확보 등이 시급히 해결돼야 할 사안이다. SM그룹은 현재 국내외 선주들과 선박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상 선박엔 우선매수협상권을 얻은 6655TEU급 컨테이너선 5척이 포함돼 있다. 한진해운이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 방식으로 도입했다가 한국수출입은행에 반선한 선박이다. 이밖에 시장에서 4300TEU급 선박도 물색 중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500TEU급 컨테이너선 11척, 4000TEU급 10척 등 총 21척의 선박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대한해운은 독일 KG펀드인 아렌키엘스팀십과 4380TEU급 컨테이너선 <스타트마버크>(Stadt Marburg) <스타트코버크>(Stadt Coburg) <스타트프라이버크>(Stadt Freiburg) 등 3척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부에선 척당 600만달러에 거래가 확정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 선박은 지난 2009~2010년에 대우조선해양에서 지어졌다.
롱비치터미널을 인수하지 못한 건 뼈아프다. 대한해운은 지난 6일 TTI가 매년 운영자금 1000억원이 들어가는 데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전 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해외금융기관에서 빌린 3000억원의 부채가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인수를 포기했다. 그 결과 미국 지역 이용 터미널 확보가 다급한 숙제가 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롱비치터미널은 수심이 1만3000TEU급 대형선박까지 소화할 수 있어 원양선사가 취항하기엔 최적의 항만”이라며 “이런 터미널이 외국선사 손으로 넘어가는 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장비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SM상선이 향후 10만TEU 정도의 선박을 운영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소 그 2배인 20만TEU 이상의 컨테이너박스를 확보해야 한다.
중고로 도입할 경우 가격은 20피트 컨테이너(TEU)는 10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는 1300달러 안팎으로 파악된다. 장비 도입에만 1억달러, 한화로 12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과거 한진해운이 소유했던 컨테이너들이 물류대란으로 세계 각지로 흩어지면서 이를 끌어 모으는 게 지상과제가 됐다.
이밖에 얼라이언스(전략적제휴)에 가입하지 않은 것도 사업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정기선서비스가 얼라이언스 체제로 굳어지면서 독립선사는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 특히 공동운항을 하지 않을 경우 모든 선박을 자력으로 운용해야해 비용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011년 중국 하이난PO나 그랜드차이나쉬핑, 대만 TS라인 등이 얼라이언스를 통하지 않고 일제히 미주서비스에 나섰다가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하기도 했다.
SM그룹 관계자는 “현재 선박과 장비 터미널 도입 등을 진행 중”이라며 “4월 서비스 출항 전까지 필요한 부분을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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