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선사인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을 매듭짓지 못하고 지난 9월1일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유동성을 지원하지 않겠다며 자율협약을 종료했다. 연매출 8조원, 총자산 7조원, 세계 7위의 선대를 보유한 대형 컨테이너선사의 역할을 과소평가한 채권단의 섣부른 결정은 바로 물류대란으로 이어졌다.
한진해운 선박이 입항 거부와 압류로 화물을 싣지 못하게 되자, 현대상선을 비롯해 외항선사로 화물이 대거 쏠렸다. 특히 아시아-북미항로에서 점유율이 높았던 한진해운의 공백이 발생하자 나머지 선사들로 선적예약이 몰려 선복 부족현상이 나타났다.
원양항로 운임도 폭등했다. 3분기 성수기에도 운임을 끌어올리지 못했던 원양항로 취항 선사들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호재를 맞았다. 9월 한국발 유럽과 미주 항로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은 100%를 보였고, 한진해운의 점유율이 높은 북미항로는 11월까지 그 영향이 지속됐다.
한진해운 사태로 화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한진해운 선박의 해외 선박억류와 입항거부, 반입거부, 출항거부 등으로 화물수송에 차질이 불거지면서 납기지연으로 인한 거래처 단절의 상황까지 내몰렸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물류 업체들은 화물을 부두나 선박에서 빼내기 위한 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진해운과 거래하던 포워더들은 정상 영업이 어려워 운임수입이 없어진 데다 항구별로 차이가 있지만 중국에서는 화물반출을 위해 컨테이너당 2만위엔 전후의 보증금을 지불해 자금압박이 가중됐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생활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부산항만 및 시민단체는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한진그룹의 책임을 물으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한진해운의 물동량을 가장 많이 처리했던 부산항은 급감한 환적화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선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운업계는 국민기업으로 회생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법원이 한진해운의 아시아역내항로 및 미주항로를 매각하면서 한진해운은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 예비입찰에는 현대상선과 SM그룹, 한국선주협회, 한앤컴퍼니, 국내 사모펀드(PEF) 1곳 등 모두 5개 업체가 참여했으나 본입찰에선 현대상선과 SM그룹만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11월14일 법원은 대한해운을 한진해운 미주 서부 및 아주노선 영업망 매각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당초 업계에선 원양항로 선사인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인수가 유력하다고 평가했으나 법원은 고용승계에서 더 좋은 조건을 내건 대한해운의 손을 들어줬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으로선 영업망이 겹치는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영업인력을 모두 수용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SM그룹은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노선 핵심자산과 인력을 승계받아 신설법인 SM상선을 내년 3월 출범시킬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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