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전날 전격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의 경영파탄으로 경쟁선사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여유롭던 수급 사정이 한진해운의 퇴출로 빠듯해진 데다 운임도 큰 폭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원양항로 운임이 최대 두배 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발 네덜란드 로테르담행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1300달러까지 인상됐다. 전주 수준이 600~700달러였음에 미뤄 최대 2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유럽항로에서 운임이 1300달러를 넘긴 건 2014년 말 이후 처음이다. 2014년까지 성수기 때 1400달러대를 보이다가 지난해 들어서면서 7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공급과잉과 선사들의 치킨게임이 원인이다. 대형화주들이 유가하락을 이유로 노골적인 운임 인하를 요구한 것도 배경이다.
유럽항로 운임은 지난해 내내 200달러대까지 급전직하했다가 서서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 2분기 이후 600달러대를 유지하다 한진해운 사태를 계기로 급격한 오름세를 띠었다.
북미항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 서안 노선인 부산발 로스앤젤레스행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1700달러대까지 뛰어올랐다. 1년 새 최고치다. 이 항로 운임은 일주일 전만 해도 1000달러대에 머물렀다.
미 동안 노선(부산-뉴욕) 운임은 일주일새 1600달러에서 2000달러대로 인상됐다. 한진해운 시장 퇴출을 계기로 계획한 운임인상(GRI)이 모두 시장에 적용됐다고 선사들은 전했다.
운임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특히 한진해운의 점유율이 특히 높았던 북미항로에서 시장 변화가 더 클 것으로 점쳐진다. 선사들은 북미서안에서만 500~600달러의 추가 GRI를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 서안 운임은 2000달러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교롭게도 성수기에 맞춰 한진해운의 선복이 시장에서 빠지게 되면서 운임 인상 효과가 크다. 한달 이상 시장이 큰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쟁선사들은 이번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북미항로에서 자웅을 겨뤘던 한진해운의 낙오는 덴마크 머스크라인이나 대만 에버그린, 프랑스 CMA CGM, 스위스·이탈리아 MSC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의 북미항로 점유율은 7.6%로, 에버그린 머스크라인 CMA CGM에 이어 세계 4위에 랭크돼 있다.
외국선사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소식을 듣고 본사에선 크게 기뻐하고 있다"며 "최근의 치킨게임에서 한국해운이 두 손을 들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한진해운과 전략적제휴(얼라이언스)를 맺고 동서항로를 공동운항하고 있는 CKYHE 소속 선사들은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처지다.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할 수 없어 수송 일정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특히 한진해운에 많은 의존을 해왔던 북미항로에선 비상이 걸렸다.
한진해운 선박들은 현재 미국 항만에서 입항이 거부되고 있다. 1만100TEU급 <한진 그리스> 3400TEU급 <한진콘스탄차> 7400TEU <한진보스톤> 4250TEU급 <한진몬테비데오>호 등이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에서 다음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CKYHE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앞으로 운임이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할 수 없어 화물수송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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