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시황부진으로 정기선사들이 줄줄이 적자 성적표를 받았다. 머스크라인을 비롯한 유럽계 선사들과 우리나라 한진해운·현대상선, 일본 해운 3사 등 원양선사들의 2분기 영업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2분기 동서항로의 양대 산맥인 유럽과 미주항로의 해상운임은 상상을 초월했다. 상하이항운교역소에 따르면 4월초 상하이발 북유럽항로 운임(현물)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200달러대를 형성했다. 매달 500달러, 1천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에도 좀처럼 운임은 오르지 않았다. 5월에 가서야 TEU당 600달러대로 운임을 끌어올렸고, 이 운임수준은 6월말까지 이어졌다. 북미항로는 4월초부터 6월말까지 상하이발 미서안 운임이 40피트컨테이너(FEU)당 80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머스크라인의 2분기 컨테이너 평균 해상운임은 FEU당 1761달러로 전년동기 2261달러에 비해 24%나 하락했다. 하파그로이드도 TEU당 해상운임은 1019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 1945달러에서 19.4% 급감했다. 선사들의 평균 해상운임은 낮은 벙커유가와 과잉공급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이미 유럽항로에는 사상 최저 운임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난해 유럽항로에만 국한됐던 해상운임 하락이 올해는 북미항로에도 이어지면서 선사들은 실적에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유럽계 선사, 사상 최대 비용절감에도 적자 성적에 ‘울상’
정기선업계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은 2분기에 적자를 봤다. 머스크라인은 2분기 매출액 50억6100달러(한화 약 5조5368억원), 영업이익 -1억2300만달러(약 1348억원), 순익 -1억5100만달러(약 1654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62억6300만달러에서 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억30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순익도 5억7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전환했다.
머스크라인의 쇠렌 스코 CEO(최고경영자)는 “2분기 해상운임이 급감하며 낮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그 만큼의 비용절감을 할 수 없어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며 “2분기 실적에 만족할 수 없고 비용절감과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2분기에 매출액 18억6000만유로(약 2조2788억원), 영업이익 -4450만유로(약 545억원), 순익 -9930만유로(약 1216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은 10%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9340만유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순익도 2900만유로 흑자에서 적자전환했다. 칠레 CSAV 컨테이너 부문 인수를 통해 흑자를 일궜던 하파그로이드도 해상운임 급감에 결국 적자 성적을 받았다.
하파그로이드의 롤프 하벤 얀센 CEO는 “상반기 실적은 실망스럽다”라며 “CSAV인수 시너지와 비용절감 프로그램(OCTAVE)등을 통해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해상운임 하락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용절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하반기에 더욱 집중하고, 해상운임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할 것”이라며 “어려운 경쟁 환경이지만 가능한 한 빨리 UASC와의 통합도 진행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파그로이드는 CSAV에 이어 UASC와의 컨테이너 부문 합병으로 연간 컨테이너 1천만개 수송과 연간 120억달러의 매출고를 올리는 등 정기선 부문 실적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UASC와 합병 후 하파그로이드의 선대규모는 150만TEU로 에버그린을 제치고 세계 5위 선사에 올라선다. 현재 하파그로이드의 선대규모는 약 92만TEU를 운영하고 있으며 UASC는 54만TEU를 운영하고 있다.
한진·현대 수송량 증가에도 나란히 빨간불
우리나라 양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도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현대상선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2분기에 매출액 1조168억원, 영업손실 2543억원, 당기순이익 2160억원(연결 기준)을 거뒀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1조4419억원에서 2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83억원에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당기순이익은 2160억원으로 전년동기 1616억원의 당기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등 자산 매각 대금 유입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전년대비 순이익 흑자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 미주 유럽 등 전 노선의 운임 하락이 지속되면서 영업손실 폭은 대폭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은 2분기에 매출액 1조4322억원, 영업손실 2289억원, 당기순손실 212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은 -27.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65억원, 1043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컨테이너 부문은 매출액은 1조3461억원, 영업손실 1883억원을, 벌크 부문은 매출액 687억원, 영업손실 463억원을 기록했다. 컨테이너 부문은 불확실한 세계 경기에서도 수송량은 전 분기 대비 7.2% 증가했으나 운임하락, 연료유 단가 상승 및 자율협약 진행 등의 영향으로 1분기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한진해운은 하반기 컨테이너 시황에 대해 “성수기 진입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추가적인 운임회복 시도 등으로 영업 수지 개선이 기대 되며, 선사들의 선복 공급량 안정화 노력 등을 통해 주요 항로의 수급 여건이 개선돼 하반기 운임 상승세를 견인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해운 3사 NYK, MOL, 케이라인도 컨테이너 운임하락과 드라이 시황 폭락으로 4~6월 (2016년 회계연도 1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이들 3사는 해운불황에 엔고 현상까지 겹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4~6월 NYK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0% 하락한 4707억엔(약 5조16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0억엔(약 -1206억원)으로 전년동기 174억엔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컨테이너 부문은 북미항로 현물운임이 급감하면서 5월 SC(운송계약)도 운임도 낮게 형성돼 실적이 악화됐다. 부정기선 부문에서는 구마모토 지진과 산유국 수출 감소가 부정기선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MOL의 4~6월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0% 줄어든 3600억엔(약 3조9466억원), 영업이익은 -35억엔(약 -384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흑자에서 적자전환됐다. 순익은 전년동기 127억엔에서 14억엔(약 154억원)으로 전년대비 89% 급감했지만 부정기선 구조개혁을 통한 비용절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케이라인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90.9% 급감한 2446억엔(약 2조6915억원), 영업이익은 -148억엔(약 -1623억원)을 기록했다. 해상운임 급감에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홍콩 정기선사 OOCL은 물동량과 해상운임 부진에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OOCL의 모회사인 동방해외국제(OOIL)에 따르면 OOCL과 OOCL로지스틱스(컨테이너수송 및 물류부문)를 포함한 상반기 그룹실적은 매출액 25억6050만달러(약 2조8383억원), 영업이익 -1865만달러(약 -207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해상운임 하락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6.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폭이 확대됐다.
대만 선사들도 2분기에 적자 성적을 받았다. 에버그린은 2분기에 매출액 297억3421만대만달러(한화 약 1조449억원), 영업이익 -11억3068만대만달러(약 -397억원), 순익 -12억7258만대만달러(약 -449억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은 14.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3억4890만대만달러에서 적자전환했다. 순익은 전년동기 -4998만대만달러에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양밍은 에버그린보다 영업실적이 더욱 악화됐다. 양밍은 2분기에 매출액 277억7136만대만달러(약 9759억원)를 기록해 전년대비 14.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6억2522만대만달러(약 -1625억원)로 전년동기 -627만대만달러에서 적자폭이 확대됐고, 순익도 -47억8924만대만달러(약 -1689억원)를 기록해 전년동기 -2421만대만달러에서 적자가 대폭 확대됐다.
올해 정기선사 총 5.5조원 손실 전망
선사들이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에 거액의 손실이 예상된다. 영국 해운 컨설팅기관인 드류리는 상반기 선사들의 실적악화로 정기선업계는 올해 적어도 50억달러(약 5조5천억원)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선사들이 초대형컨테이너선과 선대 효율화를 통해 운송비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매출급감 여파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머스크라인은 2분기에 40피트컨테이너당 1911달러의 운송비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의 비용절감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정기선업계가 비용절감에 높은 성과를 얻어도 매출급감으로 인한 50억달러의 손실을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드류리는 “선사들의 매출 급감이 지속된다면 정기선업계 수익이 전년대비 약 290억달러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부 선사들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합병에 나서고 있으며 장시간의 손실은 더 많은 선사들의 M&A와 더 많은 업계 재편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하반기에는 회복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드류리는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는 운임회복과 연료유 가격이 인상되기 전에는 긍정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3분기 성수기는 매우 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정기선업계는 여전히 과잉공급에 시달리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의 수급불균형은 점차 그 간격을 좁혀가고 있다. 영국의 물류 컨설팅사인 MDS트랜스모달에 따르면 올 초 전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은 약 2090만TEU를 기록했다. 선복은 올해 연말까지 약 120만TEU의 공급이 추가로 늘어날 예정이며 2017년에는 160만TEU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는 컨테이너선 73척 51만4천TEU규모의 선복이 늘었다. 하지만 전년동기 125척 100만TEU의 선복이 늘어난 것에 비해서는 대폭 줄어든 수준이다. 노후선 해체가 늘어나고 신조선 인도가 연기됐기 때문이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상반기에만 노후선박의 해체량은 27만1000TEU에 달해 전년동기 해체량 19만3천TEU보다 대폭 늘었다. 드류리는 올해 약 45만TEU의 노후선박 해체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클락슨은 “해체선 증가와 신규선박 인도로 올해 선복 증가는 전년대비 매우 둔화된 수준”이라며 “그동안 수요 증가세를 넘어섰던 공급 증가세가 반전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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